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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조사'받은 김범수…카카오 신사업 영향받나

  • 2024.07.10(수) 17:02

사법리스크 재점화…AI·해외사업 악영향 우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2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경영쇄신의 중심축이자 창업주인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며 카카오의 신사업 전략에도 먹구름이 꼈다.

20시간 30분 고강도 조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4시45분께 귀가했다. 검찰은 전날 오전 8시15분께 김 위원장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약 20시간 30분에 달하는 고강도 밤샘 조사다.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지는 심야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재출석을 할 수 없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등에는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공개로 출석했으며, 귀가할 때도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경쟁 상대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을 주도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은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가 진행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배 전 대표가 원아시아 회장에게 SM엔터 1000억원어치를 매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김 위원장의 검찰 소환에는 이 부문장의 진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외에도 사법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 횡령·배임 등의 의혹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신사업 갈길 바쁜데…카카오 시계 멈추나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카카오의 AI(인공지능) 사업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카카오는 당초 지난해 상반기에 자체 LLM(초거대언어모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던 AI 산업에서 경쟁사보다 개발 진도가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을 공개 대신 '서비스형 AI'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지난달 AI 연구개발(R&D)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하고, AI 전문 조직 '카나나'를 신설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는 "연내 사용자 중심 '서비스형 AI'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더욱이 카카오는 김 위원장이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CA협의체를 신설하는 등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체제를 강화했는데, 주요 경영진이 사법리스크에 꽁공 묶인 상황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신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최고책임자)가 직접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는 등, AI 사업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더욱 대조된다.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해외 진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후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도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사법리스크에 연루되면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의사결정) 권한 이양 등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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