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드립니다."
JW이종호재단이 과학자들을 위해 주거비를 지원한다. 올해로 벌써 5년째다. 월세지원은 다른 재단에선 보기 힘든 공익사업이다.
가난한 과학자들이 집 걱정 덜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고(故)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지원대상은 생명과학·의료공학·의약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석박사 통합 3년 이상 또는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자다. 연간 800만원 한도에서 최장 3년간 지원해준다.
턱없이 치솟는 월세가격 속에서 연간 800만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과학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한다.
JW홀딩스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학자금 등의 지원을 받더라도 생활비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고 이를 반영해 주거비 지원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하는 탓에 지금까지 수혜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2020년 시행 이후 월세 지원을 받은 이들은 총 44명이다. 매년 10여명을 선발해 도움을 주는 식이다.
그렇더라도 재단 전체로 보면 적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다. 지난해 JW이종호재단이 과학자들의 월세지원 등에 사용한 금액은 총 1억7000만원으로 재단 공익사업 지출액의 약 30%를 차지했다.
세계 각지에서 묵묵히 헌신한 의료인에게 지급하는 'JW성천상' 상금(1억원)보다 큰 금액이다. JW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철학을 잇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JW이종호재단의 대표적 공익사업 중 하나다.
월세 지원자를 뽑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단지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선발하진 않는다. 재단은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에서 개인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리서치 에세이', 향후 성장계획, 사회공헌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올해는 내달 1일부터 31일까지 서류접수를 거쳐 오는 12월4일 최종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JW이종호재단은 2011년 8월 중외학술복지재단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이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재단 이름을 JW이종호재단으로 바꿨다. 이사장은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이 맡고 있다.
한편 JW이종호재단은 JW그룹 지배구조에서 유의미한 지위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이 재단은 고 이 명예회장이 2013년 증여한 JW홀딩스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이경하 회장(28.4%) 다음으로 많은 지분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2019년 국세청으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증여세 부과를 통보받았다.
재단은 감사원 심사청구 등을 통해 증여세 추징액을 82억원으로 줄인 뒤 2022년 6월 서울행정법원에 증여세 부과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곧바로 항소했지만 이달 6일 서울고등법원은 재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사이 JW이종호재단은 약 73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지난해말 현재 미납 증여세로 약 10억원이 남아있다. 증여세 납부재원은 대부분 JW중외제약에서 빌린 돈(차입금 77억원)으로 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