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둔 종근당이 긴 침묵을 깨고 신약개발 분야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종근당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상지질혈증 치료후보물질 'CKD-508'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4일 밝혔다. 종근당은 이번 임상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지질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후속임상을 위한 최적용량을 탐색할 예정이다.
이번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희귀병 치료후보물질 'CKD-510'을 기술이전한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신약개발 성과이기 때문이다. 당시 종근당은 총 계약금 13억500만달러(1조7000억원)에 이 약물을 이전했다.
시장에서는 노바티스가 올해까지 CKD-510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세부 개발계획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기술수출 이후 반등했던 주가는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의 기업가치는 피어(동종 규모 제약사) 대비 명확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신약가치 반영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노바티스와 기술이전 계약 이후 신약개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종근당은 국내외 학회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의 전임상 결과 등을 공개했으나 임상단계에 진입한 건 아니었다.
이번에 임상허가를 받은 CKD-508은 우리 몸에서 좋은 콜레스테롤(HDL-C)을 줄이고, 나쁜 콜레스테롤(LDL-C)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CETP) 발현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비임상 시험에서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며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지표(아포단백질 수치)가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이 약물은 CETP와 강한 결합력으로 저용량으로도 충분한 약효를 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주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과 작용원리가 달라 이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08은 CETP와 강한 결합력을 바탕으로 약물축적 및 혈압상승 등의 문제로 개발을 중단한 이전 CETP 저해제들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저용량에서도 약효가 기대되는 혁신적인 약물"이라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스타틴 불응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