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STAT(신호전달 및 전사 활성화 인자) 단백질'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과 암세포 성장을 유발하는 STAT 신호경로를 직접 차단해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약효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글로벌 빅파마와 STAT 치료제 개발사 간의 기술거래가 연달아 터진 가운데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과 SK바이오팜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JW중외제약은 다수의 후보물질을 보유하며 최근 임상 단계에도 진입했다.
매출 10조 약물 위협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최근 덴마크계 제약사인 레오파마로부터 STAT6 관련 염증성 질환 치료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선급금 2억5000만달러(3600억원)를 포함해 총 계약금은 17억달러(2조4800억원)이다.
이보다 보름여 앞서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J&J)은 지난달 일본계 제약사인 카켄 파마슈티컬스의 STAT6 억제제 후보물질을 사들였다. 계약금액은 양사 간 협의로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처럼 STAT6 치료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연 매출액 100억달러(14조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약물인 '듀피젠트'를 위협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노피의 염증성 질환 치료제 듀피젠트는 IL(인터류킨)-4, IL-13이라는 사이토카인(신호전달물질)과 결합하는 단백질(IL-4Rα)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STAT6를 비롯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신호경로를 차단한다.
하지만 듀피젠트는 IL-4, IL-13 외에 STAT6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다른 사이토카인을 막을 수 없다. STAT6 단백질을 매개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듀피젠트는 현재 주사제로만 개발돼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J&J가 도입한 약물은 STAT6 단백질의 작용을 직접 억제해 이와 관련한 염증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약물은 모두 먹을 수 있는 경구용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STAT 치료제가 듀피젠트를 위협할 새로운 약물로 떠오르면서 사노피도 STAT6 억제제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계 제약사인 레클루딕스 파마로부터 경구용 STAT6 억제제 후보물질을 13억2500만달러(1조9000억원)에 사들이면서다.
JW중외제약 선두, SK바이오팜 추격
국내에서 STAT6를 포함해 STAT 치료제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JW중외제약이다. 현재 신약개발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를 통해 STAT3, STAT5, STAT6 등을 억제하는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STAT1, STAT2 등 우리 몸에는 총 7개의 STAT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염증성 질환,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파이프라인 중 가장 개발이 진척된 것은 STAT3 단백질을 억제하는 고형암 후보물질인 'JW2286'이다. 동물과 암 환자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이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의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가 STAT3 신호경로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과 달리 표적단백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원리의 TPD(표적단백질분해제) 기반의 약물로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STAT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신약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임상에 실패하는 등 매우 어려운 분야"라며 "C&C신약연구소는 STAT을 직접 억제하는 선택적 저분자 화합물을 개발해 강력한 효과와 (STAT 신호경로를 간접 차단하는) JAK 억제제의 부작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