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통해 농업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보이는 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국내 농업이 산업화를 통해 '농산업'이 될 수 있고, 농업 종사자들이 다른 산업군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방산, 배터리, 조선처럼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거지요."
최준기 대동에이아이랩 대표는 대동에이아이랩의 기술로 농업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은 지난해 4월 AI 범용 로봇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기업 대동에이아이랩을 설립했다. 같은 해 9월에는 KT에서 AI 스피커 '기가지니', AI컨택센터(AICC) 등 신사업을 이끈 AI 전문가 최준기 박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최 대표는 AI를 도입했을 때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산업이 바로 농업이라고 봤다. 이른바 1차 산업으로 불리는 농업은 아직까지 사람이 직접 손발로 하는 일이 많고, 일손은 갈수록 부족해지는데다 숙련 작업자들의 암묵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최 대표는 "AI가 사용자들의 시간을 줄이고 전문화한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농업은 할 일이 많은 산업"이라고 말했다.
대동에이아이랩이 추진 중인 핵심 AI 기술은 크게 △이동(Move) AI △동작(Act) AI △재배(Grow) AI로 나뉜다. 논, 밭, 과수원을 비롯한 노지에서 자율주행 트랙터와 로봇 등을 활용하고 최적화된 생육조건을 찾아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는다. 노지뿐만 아니라 스마트팜을 비롯한 시설농업에서도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생산성과 맛까지 잡는 정밀농업
흔히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단순히 노동력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도구로만 생각하기 쉽다. 최 대표는 자율주행 트랙터가 일손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함께 높이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직접 트랙터로 작업하다보면 자칫 삐딱해지거나 덜 균일하게 밭두렁을 낼 수 있지만, 자율주행 트랙터를 활용하면 더 반듯하고 촘촘하게 밭두렁을 만들 수 있다. 같은 필지에서 더 많은 농작물을 키워낼 수 있는 셈이다.
대동에이아이랩은 자율주행 농기계와 정밀농업 솔루션을 연계해 무인화, 자동화된 농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GPS(위성항법장치)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제어모듈 ADCU 1.0을 넘어, 비전 카메라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ADCU 2.0가 탑재된 트랙터를 올해 상반기부터 내놓는다. 2026년부터는 중대형 트랙터 전 라인에 자율주행·작업 솔루션을 탑재할 예정이다.
AI를 활용한 정밀농업 솔루션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드론 기반 변량시비 솔루션이다. 드론에 달린 광학 필터 카메라로 논밭의 사진을 찍으면, 한 필지에서도 생육이 좋은 곳과 아닌 곳이 구별된다. 이렇게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육이 저조한 곳에는 비료를 더 많이, 과다한 곳에는 비료를 적게 살포한다. 전체 비료량도 줄이면서 수확량은 늘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동에이아이랩이 3년에 걸쳐 시험한 결과 솔루션 적용 전과 비교해 비료 투입량은 7% 줄었고, 수확량은 6.9%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쌀은 단백질 함량이 적어야 더 맛있는 쌀로 인정받는데, 쌀의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면서 품질도 좋아졌다. 최 대표는 "대동이 지향하는 로봇 정밀농업은 자율주행 트랙터와 농기계를 기반으로,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전문적인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본격화, 글로벌 진출 노린다
대동이 추진하는 또다른 한 축은 시설농업, 이른바 스마트팜이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를 해결하고, 농가의 저조한 수익성을 타개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팜을 점찍었다.
스마트팜의 경우 온실 온도부터 물의 염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배양액을 얼마나 주입하는지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진다. 현재는 스마트팜 표준 컨설턴트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이를 조절해주고 있다.
대동에이아이랩은 올해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사업화에 나선다. 스마트팜 표준 컨설턴트의 안목과 노하우를 AI 솔루션으로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업의 전 주기를 연계하는 'AI 기반 작물재배 솔루션'을 통해, 가장 최적의 조건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를 비롯한 그린바이오 종자 IP(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등 준비도 마쳤다.
최 대표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품질이 더 좋은 농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대표는 "어머니 '손맛'처럼, 직접 키운 농작물도 맛있지만 이를 산업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가 흔히 먹는 냉동만두만 보더라도 표준화된 기술을 통해 발전해왔듯, AI로 더 맛있는 농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농촌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스마트 농기계와 정밀농업 솔루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동에이아이랩은 자사 정밀농업 솔루션으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농업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최 대표는 대동에이아이랩의 솔루션이 미국의 존디어, 구보다를 비롯한 내로라 할 농기계 기업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최 대표는 "AI와 로봇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전과 같은 농기계만 만들었다가는 시장에서 외면당할 것"이라면서 "아직 정밀농업은 선진기업들에게도 미지의 영역이고,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