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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인은 모르는 더치커피

  • 2014.07.11(금) 08:43

 

요즘 더치커피 많이 마신다. 차갑게 마시는 커피니 더운 날씨에 수요가 느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더치커피와 아이스커피는 같은 커피라도 엄연히 다른 음료다. 커피에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신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근본부터 차이가 있다.


아이스커피는 일반적으로 커피원두에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통과시켜 만드는 에스프레소가 원료다. 여기에 물을 타서 희석시킨 것이 아메리카노이고, 얼음을 섞으면 아이스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반면 더치커피는 일반적인 다른 커피와 달리 곱게 간 커피원두에 상온의 차가운 물을 통과시켜 원액을 추출한다.

 

커피원액을 추출하는 방법이 다르니 맛에도 차이가 있고 성분 역시 같지 않다. 찬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카페인 함량과 산도가 낮다. 하루 정도의 긴 시간을 거쳐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 원두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숙성 정도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나온다는 주장도 한다. 단점도 있다. 오래 놔두면 맛이 변질되고 보관도 어렵다. 물론 모두 혀의 감각이 특별히 발달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가격도 다르다. 더치커피가 아이스커피에 비해 더 비싸다. 그럼에도 신개념 커피이기 때문인지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다.

 

더치커피는 문자 그대로 네덜란드식(Dutch) 커피라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주로 마시는 커피 같지만 흥미로운 것은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더치커피라는 음료를 낯설어한다는 사실이다. 차갑게 추출한 커피가 왜 네덜란드식이냐며 오히려 되묻는다.

 

커피와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풍차의 나라,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가 커피와 관련이 많은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한때 아시아에 대규모 커피 농장을 만들어 커피 무역을 장악했다.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플랜테이션을 조성해 커피농사를 지었고 이 커피를 유럽에 수출했다. 지금 인도네시아가 커피 생산 대국이 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무역으로 돈을 벌었을 뿐, 새로운 추출법을 개발할 만큼 크게 퍼지지는 않았다. 자바산 커피 원두는 1711년 처음으로 암스테르담 무역거래소에서 판매됐는데 이 무렵 커피는 암스테르담 금융가에서 은행가와 상업가들이 상담을 하면서 마셨을 뿐 일반인들에게까지 커피가 널리 퍼진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어쨌든 더치커피는 이 무렵 네덜란드 상인들이 커피를 무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자바 섬에서 재배한 커피를 선박에 선적해 유럽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선원들이 찬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배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수시로 뜨거운 물로 커피를 뽑을 수 없었기에 자바 섬 원주민들처럼 양동이에 찬물을 부어 커피를 우려낸 것이 더치커피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스토리는 그럴듯하지만 네덜란드에는 더치커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는 그저 냉수추출법(Cold Brewing)이라고 부른다. 굳이 추출법을 만든 나라를 강조할 때는 더치커피 대신에 쿄토 커피라고 한다. 일본 쿄토에서 처음 유행했기 때문인데 더치커피 유래도 일본 커피업체들이 지어낸 이야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더치커피가 아시아에서 유행하면서 더치커피 스토리도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없는 스토리 만드는데 능한 일본이지만 뒤집어서 보면 일본의 스토리텔링 파워 역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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