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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의와 `세금마일리지`

  • 2015.02.16(월) 09:06

자본주의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조세정의가 확보되어야 한다. 정부가 지출하는 모든 비용은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아니라 모든 납세자들이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다. 나라 살림에 쓸 돈은 정해져 있는데, 누군가가 내야할 몫을 덜 내거나 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 더 내야 한다. 조세정의는 곧 공정사회의 기틀이다. 성실한 납세자를 국가가 능동적으로 보호할 때 조세정의는 완성되다.

조세는 국민적 합의를 통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의 담세능력이 적정하게 반영하여야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리고 세율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마땅하고 알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기근이나 전염병이 창궐한다면, 구휼을 위한 경비가 지출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필요악인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불황이 깊어 가면 불가피하게 재정을 확대하고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

부적정한 세율은 특정인에게 혜택을 주는 대신에 그 피해가 불특정다수에게 전가된다. 특정산업이나 특정계층에 대한 세금우대는 다른 납세자들의 부담을 그만큼 늘어나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 납세자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무감각하다. 가까운 예로, 과거 정부의 법인세 감면조치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은 별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연말정산 파문이 일자, 그때서야 소시민들은 누군가의 날갯죽지를 상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들의 `깃털`이 뽑히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조세회피 내지 탈세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조세체계를 단순명료하게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감면규제법은 갈래가 복잡다기하여 전문가들도 잠시만 한눈을 팔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생각건대, 그 때 그 때 특정인이나 특정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명목에서 땜질 입법을 하다 보니 조세감면 관련법은 누더기가 되었다. 여야가 대립하다가 뒤늦게 무더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다 보니 큰 줄기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얽히고설키게 되었다.

규칙을 복잡하게 만들면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뿐 아니라, 빠져 나갈 구멍 또한 생기는 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수조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재벌 2~ 3세들이 실제로 낸 세금은 단 얼마 되지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진실이 존재한다. 세법이 명료하다면 `전문가`(?)들의 아무리 연구하고 계산한다고 해도 틈을 헤집고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세법을 단순화시켜야 조세회피도 예방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탈세 연구가 아닌 보다 생산적인 일을 종사하도록 할 수 있다.

「세금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여 세금을 많이 납부한 납세자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여 나라에 세금을 많이 낸 기업가가 어쩌다 실패할 경우 안전망을 제공하는 일이다. 최소한의 체면이나 존엄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그가 낸 세금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둘 필요가 있다. 세금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하여 납부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납세자 자신을 위하여 내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인식이 제고될 것이다.

만약 자랑스러운 납세자의 미래를 국가가 담보해준다면, 세금을 내면서도 가볍고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여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위하여 납세의무를 신성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애국자다. 국가가 애국자를 보호하여야 애국자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선언이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시급한 규제완화 과제는 조세관련 법규를 단순화시켜 탈세와 조세회피 가능성을 예방하는 일이다. 그리고 개방경제체제에서 손쉽게 벌어지는 조세피난처 같은 역외시장 탈세도 상당한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밀한 관찰도 진행돼야 한다. 더하여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재정지출의 타당성을 시민 모두가 감시토록 하는 일도 조세정의를 뒷받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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