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엔 사랑의 온도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 매서운 강추위 탓인지
좀처럼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면 으레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던
따뜻한 마음마저 이젠 많이 얼어붙은 듯하다.
강추위보다 오르지 않는 사랑의 온도가
더 춥게만 다가온다.
봄이면 향기로, 여름엔 시원한 바람으로
가을엔 열매로, 겨울엔 따뜻한 사랑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가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고척교회다.
조재호 담임목사는 희망푸드뱅크를 통해
8년째 음식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작은 교회들과 함께하는
나눔이어서 더욱 인상적이다.
"작은 교회는 사랑을 나누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우리 교회가 그 다리 역할을 하면
더 많은 분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곧 성탄절이 다가오잖아요.
예수님은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의
친구가 되려고 이 땅에 오셨어요.
교회가 크든 작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세상의 다리가 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그 일을 함께할 수 있다면
모두 환영합니다."
김미자 팀장은 희망푸드뱅크
첫 해부터 8년째 봉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와 문을 열고
사무실을 따뜻하게 데워둔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따로 시간을 내
봉사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혼자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인듯해요.
화요일팀과 목요일팀 나눠서 운영하는데
많은 팀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사랑을 나눈다는 건 참 신기해요.
밖에선 사랑을 준다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매주 국 한 그릇과 반찬 서너 가지씩
모두 450가정에 배달하고 있어요.
50가정이 목표였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음식은 근처 학교와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십시일반 도움을 줍니다.
영양사 분들이 짠 식단이라
영양도 전혀 걱정이 없어요.
더 많은 양을 드릴 수 없어 안타깝지만
사랑을 가득 담아 음식을 나누고 있어요."
푸드뱅크는 더 안전한 음식을 위해
두 대의 냉동탑차를 운행한다.
근처 공공기관과 학교 등 뜻을 함께하는
15곳의 구내식당에서 주말을 빼고
매일 음식을 수거한다.
수거한 음식은 각 가정으로
배달하기 위해 다른 용기에 재포장한다.
올해 사용한 일회용 그릇만 10만 개에 달한다.
독거어른과 장애인을 비롯해
모두 450가정에 음식을 배달하며
이중 430개는 인근지역 30여개
기관과 교회를 통해 전달한다.
이선규 목사는 40년간 목회를 마치고
3년 전부터 대림다문화센터에서 일한다.
이 목사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나눔에는 나이가 없다고 답한다.
"대림다문화센터에 나오는 분들은 물론
중국 교포와 한족, 동남아시아 등
외국 노동자들과 음식을 나누고 있어요."
"음식을 더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
여름에는 아이스박스에
겨울엔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요.
3년째 이 봉사를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큰 교회와 함께 나눌 수 있어 뜻 깊어요.
요즘 대형 교회에 대해 좋지 않은 뉴스가 많은데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톡톡 구내식당 신유균 대표는
푸드뱅크에서 음식 가지러 오는 날이면
남은 음식과 함께 따로 음식을 챙겨 둔다.
"3년 전 구내식당을 시작하면서
고척교회에 직접 연락해 음식을 드리고 있어요.
회사에 다니던 96년부터
음식을 남겨놨다가 퇴근 후에
가져다주는 봉사를 했어요.
사회가 많이 부유해졌지만
기초식사조차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아요.
음식을 조금 더 만들어 조금 덜 벌고 나누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매번 음식을 따로 챙겨두는 게 쉽진 않아 보였다.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은데
가시 같은 시선은 조금 속상합니다.
세금 감면 등으로 나눔의 취지를 오해하는 거죠.
그래서 전 아예 아무런 혜택도 받지 않아요.
저도 학교 다닐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제가 그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탄의 의미는
예수님의 사랑을 값없이 주는 것입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의 고민과 고통은
그 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요."
조재호 목사와 나눈 이야기가 머리에 맴돈다.
저마다의 고민과 고통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모두가 평안한 성탄절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