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신임 마사회장으로 임명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재계 출신 최초의 마사회장이다. 현 회장에 앞서 최근에는 주로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 회장을 독점해왔는데 그 말로는 그닥 명예스럽지 못했다.
◇ 낙하산 비판한 국회의원이 낙하산 입성
32대 김광원(사진) 회장은 한나라당 출신으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을 지낸 경력으로 2008년 9월 마사회장에 취임했다. 포항시장, 경북부지사를 역임한 김 전회장은 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2005년 농림해양수산위원장 시절 마사회에 대해 '더러운 오물냄새 나는 조직'이라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심지어 2006년 국감 때는 당시 이우재 마사회장을 향해 "낙하산 인사"라며 매섭게 질타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회장 후보 공개모집에 낸 서류엔 "낙하산도 성공했다는 성공신화를 만들고 싶다"며 스스로 낙하산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코미디 같은 공모 절차를 통해 끝내 자리를 꿰찬 김 회장은 이후 국정감사에서는 "전임 이우재 회장보다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공모 당시) 당적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낙하산은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공모에 앞서 이미 김 전 회장은 한나라당 공천에 낙선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성공신화'를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 첫 마사회장으로 들어선 김 전회장의 마무리는 비참했다. 해외 목장 건설, 장외발매소 개설 등 독불장군식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마사회 사상 처음으로 검찰 고발, 해임 요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조도 들고 일어나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자 결국 짐을 쌌다.
◇ 대표적 MB맨의 불명예퇴진
지난 2월 25일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찬을 서울 논현동 사저에서 40여명의 측근들과 함께 했다. 이중 현직 공기업 수장은 장태평 마사회장이 거의 유일했다. 그 만큼 MB의 최측근이었다는 말이다. 장 회장은 MB정권 초기 2년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내는 동안 김광원 전 회장의 마사회장 임명을 제청했다. 그런 그가 김 전 회장의 후임으로 2011년 11월 마사회 회장에 취임했다.
농림부 장관 출신이 마사회장을 맡은 것은 유례가 없었던 일로 마사회 내부에서는 "마사회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장 회장은 지난 9월 잔여임기를 1년 2개월여 남겨 놓고 농림부 장관에게 사표를 냈다. 그 때부터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었다.
◇ 제주·삼성 출신…재계 대표 친박
장 전 회장이 떠난 지난 9월 이후 신임 마사회장 공모 최종 후보 3명에는 현명관(사진) 전 회장 외에도 박승부 전 한국마사회 상임감사, 강봉구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 등 마사회 출신 인사 2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이미 현 전 회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결국 현 회장이 마사회 34대 신임회장으로 낙점되면서 마사회는 내부인사가 한번도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공공기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현 신임회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감사원에 재직하다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텔신라 부사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물산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지내 대표적인 삼성맨,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06년 박근혜 의원 전략 회의 멤버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을 맡았고, 2012년에도 대선 캠프 정책위원을 맡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이 기간 현 회장은 두 차례 제주도지사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낙선했고, 최근에는 이석채 전 KT회장의 퇴진 이후 후임 KT 회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 출신으로 말 사랑이 유별난 그는 스스로 마사회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