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대 1'의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부산에서 3.3㎡당 3000만원에 육박하는 주상복합이 분양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끈다.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단타형' 청약자들이 부산 분양시장을 달구고 있지만 이 지역 전대미문의 고가 아파트 물량인 데다 애초에 중국 부호 수요층을 겨냥해 설계한 레지던스 호텔과 함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청약 열기가 이 곳에서도 나타날지는 의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분양가 14억~22억' 초고가 주상복합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옛 한국콘도 및 주변부지에 짓는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를 오는 8일부터 분양한다고 7일 밝혔다.
해운대 엘시티 개발사업은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해운대 동쪽 해변 6만5934㎡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동 등 모두 3개의 초고층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번에 분양하는 주거동에는 전용면적 ▲144㎡ ▲161㎡ ▲186㎡ 각 292가구, 244㎡짜리 펜트하우스 6가구 등 총 882가구가 들어선다.
▲ 엘시티 마스터 플랜 투시도(자료: 엘시티) |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분양가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분양가는 지역 최고 기록인 3.3㎡당 평균 2700만원으로 정해졌다. 종전 최고가였던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가 평균 1700만원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가 기록을 1000만원 이상 높인 분양가다.
현재 부산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인근 우동 마린시티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고층 주택의 매매가가 3.3㎡당 2500만원선인 것과 비교해도 2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면적에 따라서 최소 14억원 많게는 22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물량이다.
◇ 레지던스 호텔은 中 부호 유치 위한 설계
2007년부터 시작한 엘시티 개발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어오다 2013년 10월 착공했다. 사업비가 3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사업이어서 과거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 참여를 검토했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분양부담이 커 실행을 포기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나서지 않자 엘시티는 중국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中國建築工程總公司, CSCEC)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마저 자금조달 등에 대한 문제로 발을 뺏다. 결국 PFV는 포스코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금융투자사들에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1조7800억원을 조달해 사업을 본격화 했다.
엘시티 내 3개의 타워 중 가장 높은 101층 랜드마크타워에는 6성급 관광호텔과 561실 규모의 레지던스호텔이 들어서며 85층짜리 타워 2동에는 아파트와 부대시설, 하단부 지상 1~7층의 포디움에는 워터파크와 쇼핑몰을 포함한 각종 관광·상업시설이 배치된다.
엘시티는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내국인에게, 레지던스 호텔은 중국의 부자들에게 집중 분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한때 중국 시공사를 유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분양이 계획된 레지던스 호텔의 가격은 3.3㎡당 3500만~4000만원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광특구 내에 있어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엘시티는 중국 부호 수요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레지던스 호텔 대다수 객실 인테리어를 중국 스타일로 설계했다. 대리석과 금장, 붉은 색상, 웅장한 현관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자재나 디자인이 많이 적용됐다는 전언이다.
▲ 엘시티 위치도(자료: 엘시티) |
◇ "피(웃돈) 붙겠나?"..단타 기대 쉽지 않아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초고가로 선보이는 엘시티 더샵의 분양 성패에 따라 향후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칫 흥행에 실패하면 과열된 분위기를 한번에 식히는 찬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시장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흥행여부에 대해서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무렵 이 지역에서 고가분양 논란을 일으켰던 인근 마린시티 내 아이파크나 위브더제니스가 한동안 미분양으로 고전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단지 역시 단기에 수요층을 끌어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부산 청약시장이 웃돈(프리미엄)을 노린 초단기 분양권 전매 수요 위주로 청약자들이 몰리는 분위기지만, 이들이 분양가가 최소 14억원에 이르는 물량에까지 청약통장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 M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는 계약 이후 웃돈이 얼마나 붙느냐가 관건인데 엘시티는 일반 수요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의 고급 주상복합이어서 단기적인 차익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품"이라며 "단타 형태의 분양권 전매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엘시티 측은 이런 우려 속에서도 청약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이 단지가 부산지역 우선공급이 적용되지만 관광특구 내에 있기 때문에 '지역거주 3개월 요건은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집공고일 하루 전까지 부산으로 주소를 이전하면 청약할 수 있다고 알리는 식이다.
일부에선 같은 단지 내 중국인 유동인구가 많아질 수 있어 고급 수요층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대 중동 B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부유층이라고 해도 중국인들이라고 하면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수요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사업이다보니 서울의 제2롯데월드처럼 향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사업과정에서 부담이 될 공산도 있다. 부산참여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개발이익 일부 환수방안, 교통혼잡대책, 백사장 유실 방지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