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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펜트하우스 '전용면적 244㎡'의 비밀

  • 2017.12.05(화) 16:39

 

세상에는 좋은 집이 많아요. (나만 없어요 좋은 집) 비싼 집, 넓은 집, 높은 집, 화려한 집, 멋진 집, 편한 집. 세상에는 갖고 싶고 살고 싶은 좋은 집이 참 많아요.

 

'펜트하우스'라는 것도 있어요. 펜트하우스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나 호텔, 오피스텔 꼭대기 층에 짓는 고급 주거공간이에요. 건설사들 말로는 좋은 집을 만드는 수많은 조건들을 다 모아놓은 거라고 해요.

 

펜트하우스에 사는 느낌은 어떨까?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서 내려다 본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최고층인 만큼 전망도 좋고, 무엇보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을 주는 게 좀 사는 사람들한테는 매력인가 봐요.

 

하지만 높은 데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기분 만큼이나, 집값은 정말 '후덜덜' 해요.

 

 

요새 '역대 최고 분양가 아파트'가 될 거라며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남산자락 아래 '나인원 한남' 들어보셨나요? 한남동 '외인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을 아파트인데요.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3.3㎡당 1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대요.

 

▲ '나인원한남' 일부 주동 투시도(자료: 업계)

 

이 아파트가 얼마 전 분양보증을 신청할 때 제출한 분양가는 전용면적 206㎡가 5600만원, 전용 244㎡가 5580만원, 전용 273㎡(복층형)이 6940만원이라고 해요.

 

각 동 꼭대기층에 배치되는 펜트하우스도 전용면적은 244㎡인데요. '수퍼펜트하우스'라고 불리는 3가구에는 수영장까지 딸려 있는 등 옥상, 테라스 같은 서비스 면적이 많다고 하네요.

 

이 펜트하우스 분양가격이요? 현재 분양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중이라네요. 건설사는 3.3㎡당 1억원(공급면적 기준)을 기대했지만 그보다는 낮아질 거라고 보는 분들이 많네요. 그래도 한 채 값이 최고 90억원 안팎은 될 거라고 해요.

 
▲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명근 기자 qwe123@

 

이 아파트와 자주 비교되는 게 맞은 편 옛 단국대 부지 '한남더힐'이에요. 분양가 상한제라는 규제를 피하려 2009년 임대 형태로 공급했다가 순차적으로 분양 전환한 아파트죠. 이 아파트 전용면적 244㎡(공급면적 332㎡)짜리 펜트하우스는 3.3㎡당 8150만원에 책정돼 작년에 일반분양된 적 있어요.

 

지금까지 새로 일반분양(선분양 방식)하면서 가장 비싼(공급면적 3.3㎡ 당 가격 기준) 펜트하우스는 부산에 있어요. 2015년 분양한 해운대 주상복합 '엘시티 더샵' 펜트하우스에요. 전용 244㎡ E타입(공급면적 320.85㎡) 가격이 67억9600만원, 3.3㎡ 당 7002만원이었어요.

 

그런데 공통점들이 있네요. 혹시 눈치 채셨나요?  펜트하우스 전용면적은 왜 죄다 244㎡일까요?

 

 

고급 주상복합의 대명사 격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의 펜트하우스도 전용 244㎡, 요새 가장 핫한 지역인 서초구 반포의 첫 재건축 '반포자이(옛 주공3단지)' 펜트하우스도 전용 244㎡에요.

 

펜트하우스에 무슨 면적을 제한하는 건축기준이라도 있는 걸까요?

 

비밀은 건축 규제가 아니라 바로 세금에 있어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245㎡를 넘으면 어마무시한 '취득세 세금폭탄'을 맞게 된답니다.

 

여기가 펜트하우스? 서울 성동구 뚝섬상업용지에 지어지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견본주택에서 한 방문객이 단지 모형에 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세법에서 주택은 가격에 따라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2014년 이후, 이하 기본세율 기준)의 세율이 적용돼요.

 

그런데 '고급주택'이라고 분류되면 기본세율에 중과 기준세율(2%)의 4배에 해당하는 중과세를 더해 매기게 돼 있어요. 6억~9억원이라면 10%, 9억원을 넘으면 11%의 세율(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등 제외)이 적용되는 거죠.

 

고급주택 기준은 지방세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는데요. 일단 취득 가격이 6억원 초과이고(and) 공동주택인 경우 전용면적이 245㎡이 넘으면(초과) 취득세 중과 대상 '고급주택'이라고 해요.
 
▲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펜트하우스' 욕실 조망 이미지(자료: 대림산업)

 

그러니까 50억원짜리 집 전용면적이 244㎡라면 기본세율 최고인 3%(9억원 초과)를 적용해 1억5000만원 취득세로 내면 돼요. 하지만 이 50억원짜리 집이 만약에 전용면적 246㎡로 설계됐다면? 기본세율 3%에 중과기준세율 2%의 4배를 더한 11%를 취득세로 내야해요. 취득세만 5억5000만원이 드는 거죠. 어마무시하죠?
 
예외가 있긴 해요. 복층 구조라면 전용면적 274㎡이하까지는 일반세율로 취득세를 매겨요. 그래서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전용면적이 273㎡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요. 다만 이 경우도 1개층 면적은 245㎡ 이하여야 해요.

 

▲ 2017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가구.(자료: 국토교통부)

 

국내 주택시장에서 단지 평균 3.3㎡당 분양가가 4750만원으로 가장 비쌌던 서울 성동구 뚝섬상업용지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가 그래요. 이 주상복합 펜트하우스는 47~48층에 복층 구조로 설계됐는데 전용면적이 가장 넓은 게 273㎡에요.

 

올해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66억1600만원)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복층 펜트하우스도 전용 273㎡,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용산역 앞 주상복합 '용산 푸르지오 써밋'의 꼭대기층(37층) 복층형 펜트하우스도 전용 273㎡죠.

 

▲ '용산 푸르지오 써밋 펜트하우스' 거실 이미지(자료: 대우건설)

 

단독주택이라면 취득세를 중과하는 고급주택 기준이 달라요. 아파트처럼 전용면적-공용면적(엘리베이터, 계단 등)이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단독주택 역시 취득가격(토지+건물)이 6억원을 초과하면서 건물 가액이 9000만원을 넘고(and), 주차장면적을 제외한 연면적이 331㎡(100평)를 초과하거나(or) 대지 면적이 662㎡(200평)를 넘으면 고급주택이 돼요.

 

하지만 면적이 작아도 고급주택이 될 수 있어요. 공시가격 6억원 초과 건물가액이 9000만원 초과 단독주택 중 중 집안에 엘리베이터(적재하중 200㎏ 초과)나 에스컬레이터, 67㎡(20평) 이상 수영장 중 하나라도 있으면 고급주택이 돼요. 전원주택에 수영장이라도 널찍하게 설치했다간 기본세율에 8%를 더한 취득세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취득세는 집 주인이 바뀔 때마다 내야하는 '거래세'에요. 그래서 내가 살 때도, 다른 사람에게 팔 때도 부담이 되죠. 주택 본연의 가치가 아니라 사고 팔 때 '덤'처럼 내야하는 세금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건, 그 집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겠죠?

 

그래요. 건설사들은 주택이라는 상품의 몸값을 최고로 끌어올려 팔려고 펜트하우스를 지어 팔아요. 그런데 상품성을 깎아낼 수 있게 세 부담이 높은 설계를 한다? 그건 넌센스겠죠.

 

참, 또다른 세금인 양도소득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은 방금 얘기한 '고급주택'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랍니다.

 

펜트하우스가 전용면적 244㎡인 까닭, 저만 갑자기 궁금했나요? 사실 저도 살면서 별로 알 필요 없는 딴 세상 얘기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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