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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 vs 후분양]下 변수는 결국 '돈'

  • 2018.07.09(월) 11:32

현재 인센티브, 민간 건설사 유인책 부족
소비자, 단기간 자금 마련 부담 커져

정부가 준공 60% 이후 후분양 도입을 발표하자 모호한 기준으로 후분양제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과 현실적인 절충안이라는 양쪽의 시각이 팽배하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결국 건설사와 수분양자 모두 자금조달 방식과 기간이 바뀌는데 따른 혼선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소비자가 미리 낸 돈으로 집을 지었다면 후분양제에선 건설사가 상당기간 자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결국 금융회사에서 공사대금을 빌리고, 이자도 물어야 한다.

 

그나마 빌릴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조달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가까스로 대출을 받아도 주요 대기업 계열의 대형건설사들보다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분양가 상승 요인이 된다.

후분양제에선 수분양자 역시 집을 지은 후에 분양을 받기 때문에 계약과 잔금 납입 사이의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선분양제에서 계약금 10%를 낸 후 2년반 기간 동안 은행에서 중도금대출(집단대출)로 집값을 치르던 것에 익숙한 수분양자로선 곧바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결국 건설사나 소비자 모두 리스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조달을 했던 구조에 익숙하고 적응해 온 영향으로 후분양제에 따른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절충안이 결국 정부가 내놓은 준공률 60% 후분양인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대학원 교수는 "민간건설사의 경우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소건설업체는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마련한 후분양제 역시 단계적인 도입이었다. 2004년 후분양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택지 민간분양 아파트에 대해 2007년 40% 공정후 분양을 실시할 계획을 내놨다.

 

이후 2년마다 20%포인트씩 올려 2011년 80%까지 높이는 로드맵이다. 다만 이 제도는 2007년 도입을 1년 연기하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아예 폐기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공정률 60% 단계에서 후분양을 하면 분양 후 입주까지 1년이 남는다. 이 기간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1~2회 낸다. 80%보다는 건설사나 소비자 모두 자금 부담을 비교적 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애초 소비자 선택권 강화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골조만 완성된 단계에선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골조만 올라온 단계에선 소비자가 실질적인 상품에 대한 판단 리스크나 시공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전체 공정의 60% 수준에서 소비자들이 건물의 완성도나 주변 여건이 가격대비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은마아파트. /사진=이명근 기자 we123@


소비자가 가질 수 있는 혜택을 굳이 꼽자면 분양에서 입주까지의 기간이 기존 2년반에서 1년으로 단축된데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점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땐 해당 기간이 리스크보다는 집값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늘렸던 사례가 더 많기는 하다. 이론적으로는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시세변화에 따른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반면 이자 등의 금융비용이 발생하면서 분양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후분양제는 상품 선택에 있어선 굉장히 좋지만 올라가는 가격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가 져야 한다"며 "비용을 감수하는 대가로 상품의 안정성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민간에 공급하기로 한 공공택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평택 고덕 ▲파주 운정3지구 ▲아산 탕정지구 등 4곳 중 동탄2신도시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입지도 부족하다.

 

현재의 인센티브로는 민간 건설사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공공택지 물량에 민간 건설사가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김규정 위원도 "정부와 금융사이드에서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덕례 실장은 "현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프로젝트보다는 기업의 신용도나 책임준공능력을 보고 대출을 해준다"며 "이런 금융관행과 여건이 바뀌어야 건설사들도 더는 분양대금을 사업자금으로 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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