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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탐방기]스페이스워크 '이 땅에 건물 지으면?'

  • 2019.05.10(금) 16:57

빅데이터‧AI 활용한 토지개발 솔루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개발에 활용
건축미에 사업성까지…젊은 건축가상 수상도

각종 IT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산업,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손쉽게 부동산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계 선두인 직방이나 다방을 제외하면 아직은 인지도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그들의 정보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함께 엮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부동산의 꽃은 '개발'이라고 했다. 죽어있는 땅에 건물을 짓고 주변 환경을 바꾸면 어느새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 플레이스가 되거나 많은 이들이 사는 보금자리로 거듭난다.

그런데 이 개발이라는 게 쉽지 않다. 땅을 보는 안목부터 땅의 용도, 관련 법규 등 따져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은 건물주를 상상하며 생각해봤을 법은 하다. '여기 1층에는 상가, 2층부터는 원룸이 들어서는 4층짜리 건물을 지으면 1년에 얼마나 벌 수 있을까'라고.

이런 궁금증, 앞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듯 하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접목시켜 토지개발 시 들어가는 비용과 향후 수익을 예측하는 서비스 랜드북을 통해서다. 이 서비스를 만든 스페이스워크는 누구나 쉽게 랜드북을 이용해 땅을 사고 개발하기까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땅에 맞는 최적의 건물과 수익률 뽑아낸다

스페이스워크의 랜드북 서비스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가치를 평가한다. 토지 개발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를 접목시켜 최적의 건축물을 짓고, 주변 시세(임대료‧분양가 등) 등을 고려해 건물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토지는 어떻게 생겼는지(형상)는 물론 도로와 접해있는지, 방향은 어디를 향해있는지 등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또 해당 토지가 어떤 용도인지, 용적률과 건폐율 등 어떤 조건과 규제를 받고 있는지도 개발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스페이스워크는 이런 다양한 조건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치평가 엔진이 최적의 건물 형태와 수익률을 뽑아낸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는 "일반적으로 땅을 평가할 때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데, 이 경우 과장이 있을 수도 있고 주변 땅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관심 있는 땅과는 여러 요인들에서 차이가 클 수 있다"며 "랜드북은 관련법과 토지 형상, 주변 임대료 등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어떻게 개발(건물 구성을 어떻게 할지 등)하면 최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정부가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로주택 정비사업(기존 저층 주거지 도시조식과 가로망은 유지하되 노후 불량 주거지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2016년 SH공사에 가로주택설계 자동화 시스템을 판매했다. 현재 SH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예측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조성현 대표는 "노후 주거지에 사는 주민들이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통해 새 집을 얻거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해 하고, (서울)시에 관련 문의를 하면 우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익성을 예상할 수 있다"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해 우리가 제공한 프로그램이 정비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는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공사, 시흥시 등도 가치평가 시스템을 정비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 최대 수익률 뽑아낸 '테트리스 하우스' 고안

조성현 대표는 스페이스워크(2016년 설립) 창업 전인 2013년, 친구 3명과 함께 '경계없는 작업실'이라는 건축사무소를 만들었다. 보통 건축사무소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건축미를 갖춘 건물을 짓는데 중점을 둔다면 경계없는 작업실은 예술 뿐 아니라 특히 수익을 얻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트리스하우스다. 대지 면적이 좁아 원룸을 넓게 만들 수 없었는데, 방을 테트리스처럼 블록 형태로 만들고 이를 쌓아올리는 형태로 건물을 지었다. 이를 통해 좁은 땅이지만 주변 건물보다 부피도 크고 수익률도 아주 높았다.

조성현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용적률을 아주 악독(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 비율인데, 해당 토지에서 허용된 건축 연면적을 최대한 많이 뽑아냈다는 의미)하게 쓴 것이다.
 

경계없는 작업실 건축사시무소가 개발한 서울 강남 논현동의 테트리스하우스(사진: 신경섭 사진작가)

조성현 대표는 “이 건물은 예쁘게 짓기보다는 최고 수익률을 내는데 집중했다”며 “테트리스하우스를 포함해 이런 콘셉트의 건물을 여럿 지으면서 젊은 건축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스페이스워크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직접 소규모 개발 사업을 주도하며 토지를 매입하고, 부동산 개발과 건축 계획에 적극 참여하면서 땅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토지개발 시 미래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이다.

조성현 대표는 "경계없는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업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정말 잘 하는 것 하나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특히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건축 인공지능 분야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할 수 있는 스페이스워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 랜드북 클릭 한 번에 토지 매매를 결정한다

스페이스워크 토지 가치평가 엔진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시켰다. 이 중 AI기술을 더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상태다.

조성현 대표는 "토지 형태와 해당 토지에 적용되는 법규 등 조건을 두고 최고 수익률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 동안 토지 평가는 이 땅이  (대출)담보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담보가치를 봤다면 랜드북은 이 땅을 개발하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눈앞의 현실적 목표는 매입자문 자동화다. 즉 땅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랜드북을 통해 이 땅이 얼마인데 건물을 지으면 연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땅 매입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22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장기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건축법과 도시 환경이 유사한 아시아 시장을 먼저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보고 있다.

조성현 대표는 "토지 매매시장에서 랜드북이 매수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스페이스워크가 토지 매매시장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에서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스마트 설계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시아는 우리나라와 건축법 등이 유사해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성현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건축학도다. 건축 뿐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많아 대학시절 컴퓨터공학과 수업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또 부동산학회에도 가입해 부동산 개발에 대한 스터디는 물론 직접 경매에 참가하거나 현장에 나가 땅을 둘러보기도 했다. 왜 그가 토지개발 솔루션이라는 것을 만들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특이한 이력은 경계없는 작업실로 다양한 건물을 지으면서 201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건축가로도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프롭테크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조성현 대표, 스페이스워크는 그의 미래 가치를 얼마로 예측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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