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도시 3배, 강남3구 아파트 수(34만가구)와 비슷한 규모'
역대급 공급대책이다. 향후 4~5년 서울에 약 32만 가구, 전국적으론 총 83만6000가구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같은 숫자가 실질적으로 달성 가능한지와 속도에 있다. 역세권, 저층주거지에 해당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결국 토지주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고, 정비사업 및 소규모 사업 역시 조합원과 토지주들의 참여가 담보돼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업들이 정부의 '장밋빛 전망'처럼 5년내 실질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신규 공공택지 지정 역시 공급 규모만 정해졌을 뿐 입지 등이 아직은 깜깜이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내집마련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지만 단기에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없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개발 기대감에 단기 집값 급등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 5년내 공급목표 달성가능할까…속도가 오히려 독
정부가 역대급 공급규모를 언급하면서 강조한 것은 속도다.
이 때문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동안 강조해온 공급방안의 핵심인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고밀개발(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공공주도의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에서 이주까지 통상 13년이 걸리는 사업을 5년으로 단축한다. 각각 서울에서 공급하는 규모가 11만7000가구와 9만3000가구로 가장 많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토지등소유자 10%의 동의만으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조합원 2분의 1동의로 신청할 수 있다. 이후 1년 내 3분의2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신청은 자동 취소된다. 신청 이후 1년 이내 동의 요건을 채울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동의요건(4분의3)을 3분의2로 완화하면서 동의하지 않는 토지주 등에게 현금보상을 실시하는 점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는 과정에서 조합총회 등의 절차도 없앴다.
현행 정비계획→ 조합총회→ 사업시행인가 → 조합총회 → 관리처분인가→ 착공
변경 정비계획→(없음)→사업시행인가→(없음)→(없음)→착공
정비사업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큰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만 결국 이같은 의견수렴 절차 등을 없애는 것이 또 다른 분쟁과 갈등을 야기시키고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책발표 이후 지분변동,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 추가 지분 확보시 우선공급권을 미 부여하는 점은 조합원의 동의서 징구 등 사업 활성화에 허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브리핑에서 "대책 발표 이후 새로 주택을 구입해 토지주가 많이 바뀌면 사업 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여전히 사업진행에 대한 불화실성이 큰 만큼 정부가 목표한 공급규모를 채울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서도 김흥진 실장은 "토지주에게 기존 방식보다 30%포인트 이상 수익을 보장해주고 우선입주권, 재초환 부담 제외 등 인센티브가 충분해 많은 지역 참여가 있을 것으로 우리가 발표한 물량 확보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향후 4~5년의 계획이지만 이번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4월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6월 지방선거 등으로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란 점에서 사업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 불안심리 잠재울지 미지수…개발기대감에 단기 급등 불가피
이같은 대책이 결국 내집마련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급물량이나 속도, 인센티브 등 전반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단기에 입주물량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당장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 규모 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당장 입주물량에 변화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심리 안정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랩장도 "건설 공급 특성상 착공과 준공까지 시간적 간극이 불가피해 단기적 안정보다는 집값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정도로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개발기대감에 따른 단기 집값 급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 랩장은 "규제완화로 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이 개선되면 해당 사업지에선 재료 또는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안정에 대한 공급확대 효과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대규모 도심개발에 따른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고 단기적 불안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가 주요 과제"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주요 사업지가 공개되거나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 가능한 지역의 집값이 다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