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집값 상승의 불씨로 꼽히며 각종 규제의 덫에 걸려 있던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새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특히 강남구가 은마·현대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해 이례적으로 주거환경조사를 실시하자 재건축 측면지원에 나서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7 보궐선거도 재건축 단지들엔 호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장 후보들 대부분이 재건축 규제완화를 예고한 터라 조만간 재건축 시계바늘이 다시 돌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첫' 주거환경조사 착수…강남 재건축 시동?
강남구는 최근 압구정동 미성, 현대, 한양아파트 등 9개 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1개 등 총 10개 재건축 단지에 대한 주거환경 조사에 착수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압구정동 지구단위계획에 있는 아파트 중 노후된 아파트 위주로 주거환경조사를 시행중"이라며 "주거환경조사는 이번이 첫 시행이고 앞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9월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 115만㎡를 묶어 주거와 함께 상업·교통·기반시설을 종합 관리할 수 있도록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세웠다. 재건축 사업은 압구정동 일대 중층 아파트 24개 단지(1만466가구)를 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나눠 추진중이다.
이 일대는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에서도 한강변 라인에 위치해 '금싸라기' 입지로 평가받는다. 꾸준히 몸값이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단위계획안이 수립되지 않아 재건축 사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올 2월 압구정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 압구정5구역(한양 1·2차)이 실거주 의무 강화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다시 기대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남구청까지 가세해 재건축단지에 대한 주거환경조사를 시행하자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남구는 조사배경으로 생활불편 개선 등을 꼽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례적인 조사인 만큼 이 결과를 토대로 재건축에 적극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노후아파트에서 생활불편 민원들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그와 관련해서 조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은 반영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 'D-2주' 보궐선거, 누가 돼도 재건축규제 완화?
2주 앞으로 다가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재건축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대부분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양강 대결 구도를 펼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부동산 정책의 결은 다르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오 후보는 36만 가구 공급 계획의 핵심으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내세웠다. 오 후보는 재건축 용적률 규제, 한강변 아파트 층고제한 35층 규제 등을 완화하고 신규 지정이 중단됐던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기준을 완화해 재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서울시장에 취임하면 일주일 내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며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박 후보는 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재건축 규제도 일부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35층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저층주거지 재개발, 노후아파트 재건축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여의도·강남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도 "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압구정동은 재건축 욕구가 강한 지역이지만 현 정부의 재건축 정책으로 허가 받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강남구의 주거환경조사가 실질적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사전 단계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 선거 후 야권이 당선되면 서울시장의 권한 범위 내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고, 여권이 되면 공공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