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새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노 후보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 부동산정책 등을 책임지게 됐다.
변창흠 장관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역임하는 등 주택도시분야 전문가였다면 노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통관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비 전문가를 내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보다 기존의 주택공급 정책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국토부와 LH혁신방안 등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형욱 후보자는 1962년생 전북 순창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0회로 기획재정부에 발을 디뎠다.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 사회예산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을 거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등을 지냈다. 2018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기재부 내 '기획·예산통'으로 알려진 노 후보자는 기획력과 업무 및 갈등 조정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도 이날 개각을 발표하며 "국토분야는 물론 국정전반 이해도 높고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조정과 추진능력으로 다양한 국가적 현안에 긴밀히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부패 청산이라는 국민적 시대 요구를 충실히 구현하고 LH에 대한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을 이뤄내며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 등 당면과제를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후보자에겐 앞서 변창흠 장관이 설계한 공공주도의 2·4대책을 실행하고 3기 신도시 추가 입지발표 등을 통해해 끊임없이 공급시그널을 주는게 당면과제로 놓여 있다. LH혁신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내년 대선이 3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1년간 2.4대책의 빠른 실행 등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주택공급과 집값 안정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될 사업과 안될 사업을 가려내고 2.4대책과 공공재개발·재건축 등 공공주도의 개발사업에 집중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최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2차 후보지를 발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LH사태 이후 공공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주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부푸는 상황이다.
2.4대책을 설계한 변창흠 장관이 물러나면 추진동력 약화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은 후보지를 발표하는 수준이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여전히 '주민 동의' 등의 관문들이 남아 있다. 애초 변 장관이 입법 초기작업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2.4대책의 후속법안 처리도 남아 있다.
관련 법안 9건이 국회에 계류중인데 재보선 참패 후폭풍 등으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노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업무조정과 정책추진 능력 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질을 발휘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노 후보자는 이날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과 소명감이 앞선다"며 "국민의 주거안정, 부동산투기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동산문제에 가려 다른 현안이 소홀히 다뤄지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보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변창흠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갖고 물러난다. 지난해 12월29일 전문가적 식견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주택공급 및 주택시장 안정이란 책임을 부여받고 취임했지만 LH사태에 책임을 지고 퇴임한다. 취임후 109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