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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산정기준일, 원주민 보호냐 재산권 침해냐

  • 2021.06.18(금) 14:19

공공재개발, 사업지 발표와 6개월 시차
2.4대책도 연기…필요성 놓고 의견차

정부 주도로 노후 된 서울 도심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권리산정기준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지 선정과 권리산정기준일 시차가 6개월 정도 발생하는데 이 기간 사업 대상지에 신축 빌라가 들어서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정부는 권리산정일 지정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원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만큼 현금청산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현금청산 딜레마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발표한 공공재개발 사업의 권리산정기준일은 시범 사업지 공모 공고일인 지난해 9월21일로 정했다. 하지만 사업지 선정‧발표는 올 1월(1차)과 3월(2차)이 돼서야 이뤄졌다.

이달 들어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성북구 장위9구역은 3월 발표된 2차 재개발 사업 후보지다. 권리산정기준일과 사업 후보지 선정까지 6개월여의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인 장위9구역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신축 빌라로 현금청산 대상은 약 70호 정도로 추산된다./사진=국토교통부

권리산정기준일은 재개발 시 분양받을 권리의 산정일로, 이날을 기준으로 지역 내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는 등의 방식으로 지분쪼개기를 통해 소유권을 가져도 분양받을 권리는 얻지 못한다. ▷관련기사: [집잇슈]공공재개발 투자, 권리산정기준일은 알아보셨나요?

이 기간 장위9구역에 들어와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주택 수는 대략 70여 세대 정도라는 게 공공으로 사업을 시행할 LH(한국토지주택공사)측 설명이다. 이들 주택의 소유주는 공공재개발이 이뤄져도 분양권을 얻지 못하고 현금청산을 받아야 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2.4대책에도 해당된다. 국토부는 공공주도 도심고밀개발 과정에서 투기방지를 위해 대책발표일 이후 사업구역 내에서 기존 부동산 신규 매입 계약을 체결한 경우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다. 2.4대책 사업지의 권리산정기준일은 사실상 대책 발표 이후부터인 셈이다.

구체적인 사업지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만큼 대책 발표 이후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2.4대책을 위한 법률 개정안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분양권 제한 대상 시점을 2월5일(대책 발표 직후)이 아닌 국회 본회의 의결일(6월28일 예상)로, 판단 기준은 매매계약 체결에서 이전등기완료로 수정하기로 했다.

원주민 보호 vs 재산권 침해

권리산정기준일에 대해 정부는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준일 이후에 소유권을 갖게 된 경우를 인정하면 조합원이 늘어나게 되고, 원주민들 입장에선 사업성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LH 관계자는 "권리산정기준일은 기존에 살고 있던 권리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기준일 이후 신축 등으로 권리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준일 이후 신축 세대는 특별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청산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민간재개발도 기준일을 정하고 지분 쪼개기 등은 권리에서 배제한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원칙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투기수요를 막고 원주민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친 재산권 침해여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재개발 사업은 원주민들이 주(主)가 되는 것으로, 일부 현금청산 대상자보다는 원주민들의 의견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며 "(현금청산 대상자) 구제도 중요하긴 하지만 원주민들을 위해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현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산정기준일을 바꾸다보면 다른 사업장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재산권 침해 부분이 있지만 공공이 참여하는 만큼 정책적 판단으로 (현금청산 대상에 대해)못을 박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과 2.4대책 등 사업 후보지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발표 직후 거래는 현금청산 대상이라고 정한 게 무리였다"며 "특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해 재산권 침해가 맞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특정 시점 이후 거래는 모두 현금청산 대상이라고 정하기보다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을 제시하는 등 대책이 더 세밀했어야 한다"며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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