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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도, 기존아파트도 '문턱 높아'…갈 곳 없는 무주택자

  • 2021.09.07(화) 06:10

사전청약 고가점에 통장가입 20년 돼야
집값상승‧대출규제에 기축 매입 어려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값은 이미 오를대로 올라 엄두를 내기 어려운데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조급증은 더해만 간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까지 옥죄면서 내 집 마련 자체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사전청약에서 기회를 엿봤지만 '하늘의 별따기'다. 가점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주택형은 만점에 가까워야 하고, 일반청약은 적어도 20년 이상 납입해야 그나마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전청약, 가점은 만점·통장은 2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1차 사전청약 일반공급 당첨 커트라인은 평균 1945만원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주택형인 인천계양 전용 84㎡는 2400만원, 남양주진접2 전용 84㎡와 성남복정1 전용 59㎡도 각각 2150만원과 2169만원에 달했다.

일반공급은 자격조건을 갖춘 신청자들 가운데 경쟁이 발생하면 청약통장 납입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불입액은 매달 최대 10만원만 인정되기 때문에 이번 1차 사전청약 일반공급 물량에 당첨되려면 적어도 16년 이상 매달 10만원씩 납입(평균 당첨선 기준)했어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공공분양(사전청약)은 특정 계층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 위해 특별공급 비중이 높아(85%) 일반공급 물량(15%)은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사전청약 전부터 시장에선 청약통장 납입액이 1000만원 중후반은 돼야 일반공급 당첨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제 문턱은 더 높았다.

상대적으로 공급물량이 많았던 특별공급도 당첨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자녀 특별공급의 경우 경쟁이 발생하면 배점(100점 만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자가 선정되는데 인천계양과 남양주진접2 전용 84㎡는 각각 85점과 80점, 성남복정1 전용 59㎡는 75점이 당첨 커트라인이었다.

다자녀가구 배점은 △미성년자녀수(40점) △영유아 자녀수(15점) △세대구성(5점) △무주택 기간(20점) △해당 시‧도 거주기간(15점) △입주자 저축 가입기간(5점) 등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으로 무주택 10년 이상(20점 만점)이고 해당 지역 거주기간 10년 이상(15점 만점), 입주자 저축 가입기간 10년 이상(5점 만점) 조건을 충족하고 미성년 자녀수가 4명은 돼야 그나마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신혼부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혼부부 특별공급(가점 13점 만점) 당첨선은 가장 인기가 낮았던 남양주진접2 전용 51㎡(3점)을 제외하면 최소 10점은 넘어야 당첨선이다.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3년 이상 거주(3점)하고 혼인기간도 3년 이하(3점, 한부모 가족은 자녀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이 높음), 청약저축 납입 2년 이상(24회, 3점)을 갖춘 상태에서 자녀도 있고 가구 소득 역시 적어야 한다. 그 만큼 당첨 문턱이 높다는 의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전청약의 높은 경쟁률과 당첨 커트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에게는 사전청약이 마지막 '동아줄'일수도 있어 앞으로 남은 사전청약 당첨 커트라인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돈줄 조여 아파트 사기 더 어렵다

이처럼 사전청약의 높은 당첨 문턱을 실감한 수도권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 또한 높다. 선택지는 민간분양과 기존 주택 매입 등인데 공공분양 못지않게 민간분양 청약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관련기사: 1차 사전청약 후 막 오른 청약전쟁 "더 세졌다"(9월6일)

특히 정부가 자산버블(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우려하며 주택 매입에 신중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전세시장 불안과 집값 상승세는 무주택자를 불안하게 한다. 그렇다고 기존 주택을 매입하자니 가격 자체가 크게 올라 접근이 쉽지 않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0억4667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28.2% 급등한 7억5905만원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정부 역시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을 시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고승범·이주열 의기투합…대출규제+금리인상 패키지 뜬다(9월3일)

수도권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지도 못하고, 사전청약 등을 통한 당첨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치솟는 집값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송승현 대표는 "정책 신뢰도가 낮은 탓에 정부의 지속적인 공급대책과 자산버블 경고도 시장에 먹히기는 쉽지 않다"며 "내 집 마련 수요를 위해선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거래 활성화가 중요한 만큼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양도세 완화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집값의 우상향이 계속되고 있고 전세는 물론 매매를 위한 주택공급 부족으로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내 집 마련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수도권 외곽이나 서울 내에서는 다세대나 빌라 등 비(非)아파트에도 관심을 갖고 자신에게 맞는 주택형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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