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한가위 연휴가 지나갔습니다. 누군가는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였겠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불안과 긴장의 연속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중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연휴 동안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이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추석 이후 집값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죠.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와 자산 버블(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경고하고 있는 반면 시장에선 여전히 '집이 부족해'라고 지적하며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과연 추석 이후 집값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언제부터 20대가 집 샀어' 이제는 옛말
최근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택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며 무리한 주택구입을 자제하는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며 돈줄을 조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지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을 미루는 게 아니라 가능한 빨리 집을 사야겠다는 조급증이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2030 세대가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천준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자금조달계획서 심층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서울 주택거래중 30대 매매건수는 5만3839건으로 전체 거래량(19만3974건)의 27.8%를 차지해 연령별 기준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대도 1만134건으로 5.2%를 차지해 적지 않았는데요. 눈에 띄는 점은 20대의 경우 보증금승계, 즉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매입한 경우가 71%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차익을 노린 투자이든 당장 입주는 못하더라도 미리 집을 사둔 것이든 결과적으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2030의 젊은 세대들에게 '더 늦어지면 내 집 마련이 힘들다'는 불안함이 깔려있다는 의미죠.
그동안 통용됐던 '언제부터 20대가 집을 샀어'라는 말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매입 주 연령층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은 내 집 마련 불안감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며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부모들의 도움이 있었을 텐데 이 역시 빨리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집값 계속 오른다
이처럼 '서둘러 집사자'라는 조급함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은 많지 않은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까닭이죠.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영끌(가능한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은)로 집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거나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는 한데요.
하지만 이 역시 시장에 영향을 주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여전히 저금리이고 대출규제도 전면금지 수준이 아니라면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꾸준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서죠.
특히 전세시장 불안은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된다는 점에서도 가격 안정 가능성은 요원합니다. ▷관련기사: 확대되는 전세 불안, 정부 공급도 부족(9월23일)
결국 추석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 완화 등으로 단기 주택공급 가능성을 높였지만 전체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매매수요를 잠재우려면 전세가 안정돼야 하는데 전셋집 부족과 반전세 가속화 등에 따른 전세불안이 매매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도 "대선정국과 정비사업 활성화, 금리인상 등 이슈가 있지만 미분양 발생이나 청약 경쟁률 하락 등 집값 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올들어 주택시장은 폭등에 가깝게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중저가 주택이나 비(非)아파트 주택도 과열되는 등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