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강뷰 신혼희망타운'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구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부지가 4차 사전청약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올 연말 청약공고를 기다렸던 신혼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4차 사전청약 관련 보도자료에서 "관계기관 협의 중"이라며 짤막하게 언급했을뿐 이렇다할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속도전'에 매몰돼 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9일 4차 사전청약 입주자모집공고에 앞서 전일(28일) 보도자료를 통해 1만7000가구 규모의 4차 사전청약 시작을 알렸다. 해당 자료엔 그동안 서울 내 첫 사전청약지(신혼희망타운)로 관심을 모았던 동작구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부지가 서울대방 부지로 교체됐다.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 및 인허가절차 등을 고려해 동작구수방사 부지를 같은 서울 내 위치한 서울대방 부지로 대체한다"고만 언급했다.
동작이나 대방이나 '거기서 거기'?
동작구 수방사 부지는 서울 동작구 본동 한강변에 위치, 설계에 따라 일부 가구에선 '한강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애초 정부는 이 부지에 짓는 신혼희망타운 175가구를 4차 사전청약 대상으로 계획했다.
동작구 수방사 부지는 지난해 연말 보도자료에서 올해 주택공급 대상지로 발표됐고 이후 올해 4월 4차 사전청약(12월) 대상지로 첫 등장했다.▶관련기사: 3기 신도시 등 올해 사전청약 3만가구 공급…성남복정·위례도(4월21일)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이 지역이 빠지고 영등포구 신길동 대방역 인근 '서울대방'이 들어갔다. 청약 물량은 115가구로 동작구 수방사보다 적다. 위치는 동작구 수방사보다 남쪽에 위치해 한강 조망은 어려울 전망이다.
청약 대기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4차 사전청약이 발표되자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수방사는 어디 갔냐', '유일한 서울 사전청약이라 기다리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바뀌는 게 말이 되냐'는 글 등이 올라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작구 수방사는 군관사 부지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국방부와 협의하에 인허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예정보다 이 과정이 길어졌다"며 "서울대방의 경우 인허가 과정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고, 입지도 동작구 수방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작구 수방사는 내년 말, 4분기에 사전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사전청약일정이나 공급 순서는 변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속도·물량전'에 혼란은 국민 몫
결국 사전청약 시행 등을 부랴부랴 발표하는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혹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수렴 및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로 인한 혼란은 고스란히 청약대기자들 몫으로 남았다. 이달 12월 동작구 수방사 부지에 들어설 신혼희망타운 청약을 기다렸던 대기자들은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 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과 교수)은 "정부가 앞서 충분한 협의 없이 성급하게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해 혼란을 자초했다"며 "속도전, 물량전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니 공급정책이 일관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정부과천청사 개발 계획을 해당 지자체와 주민 반발로 철회했고, 노원구 태릉골프장 역시 같은 이유로 공급규모를 애초보다 축소해 공급키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청약보다 훨씬 미래의 일을 계획하는 사전청약 특성상 제도 자체가 완전하지 못하고 피치 못하게 변경될 가능성도 크다"며 "무리하게 분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