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신공원 조성 계획과 관련, 도심 속의 대규모 자연공원으로 꾸려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이 수도 서울의 상징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1988년, 서울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기로 하면서 용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용산 땅값이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인근 개발 계획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와중에 오히려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용산공원'입니다.
용산에 미국 센트럴파크와 같은 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흘러나온 이야기인데요. 미군 기지 이전 논의와 함께 나왔던 구상입니다.
이 구상은 지난 1990년 6월 노태우 전 대통령 정권에서 '한미 용산기지 이전 기본합의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공약으로 미국 용산기지 이전 사업을 내건 바 있습니다. 이후 2003년 5월 한국과 미국은 용산기지 평택 이전에 합의했고, 2005년 10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주도 공원 추진 방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용산 공원 부지는 약 100만 평으로 워낙 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활용 방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요. 대세는 이 부지를 미국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용산에는 멀게는 청나라 군대부터 시작해 일본군과 미군이 연이어 주둔하면서 다른 서울 지역에 비해 개발이 더뎠습니다. 100만 평이나 되는 대지를 공원화하는 구상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용산 미군 기지를 옮겨 그 자리에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시민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고요. 가깝게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센트럴파크' 계획을 재차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군 기지 이전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용산 공원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을 정부가 처음 수립한 게 2011년입니다. 하지만 기지 반환 지연과 오염 정화비 분담 등의 문제로 사업은 이후로도 10여 년 간 정체했고요.
여기에 더해 이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지속해 등장하며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 국방부는 기지 이전 비용을 구실로 1조원어치의 땅을 매각하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시의 경우 이곳에 청사를 옮겨 짓겠다고도 했고요.
이런 분위기는 지속해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 내에 국립과학문화관, 국립경찰박물관, 국립여성사박물관 등 8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부처 간 땅 나눠먹기'라는 여론에 수개월 뒤 폐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10만 가구 규모를 지어 청년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공원 부지 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고요.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용산 공원의 개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는 건데요.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6월 미군기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부지를 반환받으면 즉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소 50만 평 규모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집무실을 공원 한복판에 두고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구상이어서 공원 조성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윤 당선인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책임을 미군에 묻는 문제 등 복잡한 사안을 해결해야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국토부 역시 최근 공원 개장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기지 반환 후 7년'으로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용산 센트럴파크' 사업이 가시화할 수 있을까요. 되레 정쟁만 격화해 계획이 더욱 틀어지는 건 아닐까요. 30년 묵은 계획이 이번에는 빛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