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올해 시작(1분기)부터 '깜짝 실적'을 냈다. 특히 상사와 패션이 각각 트레이딩 역략 강화, 소비심리 회복 등에 힘입어 세 자릿수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건설부문도 지난해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을 털고 11분기만에 가장 높은 분기 영업익을 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실적 기여도가 30%에도 못미쳐 과거 '실적 효자' 명성을 되찾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신규 수주는 한분기 만에 연간 목표치의 40% 이상 달성했다는 점에선 기대감이 나온다.
영업이익 올랐지만…존재감은 아쉬워
삼성물산이 어제(27일)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사기준 매출은 10조440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400억원) 대비 33.2%, 영업이익은 5420억원으로 전년 동기(3030억원) 대비 78.9% 각각 증가했다.
특히 상사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상사부문의 매출은 5조781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780억원) 대비 53.0% 늘었다. 영업이익은 1900억원으로 전년동기(840억원)에 비해 무려 126.2%나 뛰었다.
핵심 사업과 거래선에 집중해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하고, 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한 것이 실적 상승의 배경이라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했다.
패션 부문이 그 뒤를 이었다. 소비 심리 회복세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군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매출은 12.6%(4210억원→4740억원), 영업이익은 100.0%(210억원→420억원) 각각 늘었다.
뒷걸음질친 건 리조트 부문이 유일하다. 파크 수요가 일부 회복되며 매출은 8.3%(6050억원→6550억원) 늘었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식수가 감소하며 영업이익은 1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주력인 건설 부문도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1분기 매출은 3조190억원으로 전년 동기(2775억원) 대비 8.8% 증가하고, 영억입익은 1550억원으로 전년 동기(1350억원) 대비 14.8% 늘었다.
건설 부문은 지난해 3분기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에서 비용 증가 등으로 일시적 손실이 발생하면서 2016년 1분기 이후 첫 적자(-1300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다시 영업이익을 1330억원으로 끌어올렸고, 올해 1분기엔 1550억원으로 분기로 보면 2019년 2분기(1580억원) 이후 11분기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 효자' 명예를 되찾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건설 부문은 2018년만 해도 7730억원(기여율 70%)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영업이익 '1조원 클럽' 달성을 이끌었지만 이후부터는 기여율(건설부문/전사부문×100)이 내리막길이다.
2019년엔 기여율 62.3%(5400억원), 2020년엔 62%(5310억원)로 감소하더니 2021년엔 21%(2510억원)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1분기에도 28.6%에 불과했다.
믿을 건 '수주' 뿐…흑석2 등 재개발 수주 촉각
다만 '수주'에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실적 성장 기대감이 높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간 13조원의 일감을 신규 수주해 목표치(10조7000억원)를 초과 달성한 바 있다. 올해는 해외 불확실성 장기화 등을 감안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11조7000억원으로 잡았는데, 한분기 만에 목표치의 절반 가깝게 채웠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4조8730억원(목표치의 41.6%)에 달한다. 평택 반도체 3기(2조1578억원), 베트남 복합발전(6148억원), 기흥 SDR(5906억원), 방배6 재건축(3696억원) 등이다.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8조9430억원) 다음으로 수주 규모가 컸다. 이어 GS건설(3조3910억원), 대우건설(2조6585억원) 등 순이다.
올해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주택, 신재생 상품 등 다방면으로 수주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2020년 '탈석탄'을 선언한 만큼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탈탄소시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공사를 점찍었다. 삼성물산은 소형모듈원전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소형모듈원전 사업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이달 체결했다.
지난달엔 포스코, GS에너지 등과 수소, 암모니아 등 청정 에너지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동해권역에 대규모 '청정에너지 허브터미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1월엔 포스코와 사우디국부펀드와 3자간 양해각서를 체결해 그린수소 생산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도시 정비사업 부문에서도 적극적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공공재개발 1호'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1216가구)에 단독 입찰했다. 이번에 수주에 성공하면 2010년 가재울5구역 이후 12년만의 재개발 수주가 될 전망이다.
용산구 한남2구역(1537가구) 재개발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인 데다 총 사업비가 1조원에 달해 올해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삼성물산의 참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분기는 경영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돼 회사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며 "2분기에도 개선된 사업체질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지속 향상시키고 사업부문별 수익구조를 견조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