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2대 1'
서울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주택 청약 평균 경쟁률입니다. 한때 세자릿수 경쟁률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치열했던 서울 청약 시장의 당첨 허들이 확 낮아지는 모습인데요.
더군다나 새 정부가 예고한대로 내달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하면 막혔던 주택 공급이 풀리면서 청약 선택의 폭도 넓어질듯 합니다. '바늘 구멍' 통과 수준이던 청약 전쟁에서 드디어 해방되는 걸까요?
그 많던 청약자들 다 어디로 갔을까?
최근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청약 열기가 점점 꺾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약 한 달만에 나온 신규 분양 주택인 도봉구 창동 '창동 다우아트리체'(주상복합 아파트)는 지난달 24~25일 1순위 청약 결과, 41가구 모집에 298명이 신청해 7.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아파트가 89가구 규모에 불과하긴 했지만 지하철 4호선 쌍문역 역세권에다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창동 지역인데도 반응이 시들했던 셈인데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지역이라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이 청약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로 꼽힙니다. 이 아파트의 전용 58~59㎡의 분양가는 7억4140만~8억1180만원으로 주변 시세를 웃돌았거든요.
물론 분양가가 9억원 안쪽이면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 등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 때문에 자금 마련이 쉽진 않은 상황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엔 청약에 당첨된 이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당첨일로부터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도 말이죠.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미아'는 지난달 328가구를 일반분양, 평균 7.3대 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 청약 당첨자의 42%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청약(줍줍)에 나섰습니다.
이곳 또한 상한제 미적용 지역으로 분양가가 높다는 평이 있었는데요. 미계약이 집중된 전용 84㎡형의 경우 분양 가격 10억8921만~11억5003만원에 달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인데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의 일반공급 평균 청약경쟁률은 19.5대 1이었지만 올해(1월1일~5월30일)는 11.2대 1로 줄었습니다. 특히 중도금 대출이 사실상 막히는 9억원 초과일 경우 경쟁률이 64.7대 1에서 9.1로 확 주저앉았습니다.
당첨 문턱 내려갑니다, 분양가 올라갑니다
한때 '묻지마 청약'을 일삼던 청약자들도 점점 냉정해지는 모습인데요. 청약 열기가 꺾이면서 당첨 문턱이 낮아지니 오히려 잘 된 것 아니냐고요?
문제는 분양가입니다. 지금도 분양가가 청약 흥행 여부를 가르고 있는데요. 앞으론 전반적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거든요.
이미 시멘트, 철근 등 건축 자잿값 상승으로 주요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이 막힌 상태이고요. 이같은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사업장에선 공사비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재개발사업인 사직2구역은 3.3㎡(1평)당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책정했는데요. 지난해 중순 강남권에서 평당 공사비가 600만원을 처음 넘은 뒤 불과 1년만에 비강남권에서 700만원을 넘겨 화제가 됐죠.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옵니다. 정부가 내달 분양가상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 분양가가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거든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중 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요.개편안에는 분양가에 재건축 조합 이주비 등 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거나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를 인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결국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거죠.
정부의 취지대로 상한제가 개편되면 분양 물량이 확대되면서 청약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등 분양가 책정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장들이 다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예비청약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약문도 하나 둘씩 열릴텐데요. 하지만 분양가가 비싸져서 아예 문을 두드려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듯 한데요. 신규 주택 공급은 많아져도 현금부자가 아니면 '내 집 마련'은 더 멀어지는 '희망고문'을 느끼게 될듯 합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가 오르면 청약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시세보다 저렴하다면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금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는 공공택지 분양으로, 현금여력이 되거나 유주택자는 민간택지 분양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