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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깡통전세 그만'…악성임대인 공개·적정 전세가 제공

  • 2022.09.01(목) 11:00

앱에서 빌라 시세·악성임대인 등 정보제공
고전세가율·보증사고현황·경락률 지역공개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임차인 대항력 보강

"전세 사기의 가장 큰 원인은 임차인과 임대인 간 정보 비대칭이다.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가리고 있는 암막 커튼을 확실히 걷어내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횡행한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임차인에게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동시에 피해는 구제하고 가해자 처벌은 강화해 사기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깡통 전세' 피해가 심한 신축 빌라의 경우 전용 앱을 구축해 적정 시세와 악성 임대인 정보 등을 공개하고, HUG 보증가입 시 적정 시세가 반영되도록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한다. 

또 임대인 선순위 권리관계를 비롯해 지역별로 전세가율, HUG 보증사고 현황 등도 공개한다. 사기 피해자에게는 1%대 긴급자금대출과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한편,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해선 사업자 등록 말소 또는 사업자 등록 불허에 나선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적정 시세·임대인 정보 낱낱이 알린다

원희룡 장관은 1일 △전세사기 피해 예방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전세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HUG 보증사고액이 2018년 792억원에서 2021년 579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HUG 대위변제금액 중 2030세대 사고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7.8%로 나타났다. 

원 장관은 "청년층이나 서민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 없다"며 "주거 사다리를 올라가야 할 서민들이 거꾸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자가진단 안심전세'(가칭) 앱을 구축해 임차인에게 정보 제공을 확대키로 했다. 

앱에는 △전세가 및 매매가 시세 △악성 임대인 명단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 △등록임대사업자 임대보증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임대차 계약 주의사항 등이 담긴다.

특히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신축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적정 시세를 제공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진훈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현재 아파트 중심의 시세 공개로 신축 빌라, 연립, 다세대주택 등은 정보가 부족해 적정 전세가격을 알기 어렵다"며 "부동산원과 HUG가 협업해서 시세의 상·하한 범위를 나타내는 식으로 적정 가격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0월부터는 신축 빌라 등 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의 적정 시세가 반영되도록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한다. 의뢰인과 평가사 간 결탁이 없도록 감정평가 시 감정평가사협회 추천제를 활용하고 공시가 적용비율은 현실화율(71.5%)을 고려해 150%에서 140%로 개선한다. 

지역별로 전세가율을 비롯해 보증사고 현황, 경락률 등도 공개한다.

9월15일부터 한국부동산원 사이트를 통해 실거래 기반으로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다세대 등의 전세가율을 전국 시군구, 수도권 읍면동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매월 중순 업데이트한다. 보증사고 현황과 경락률도 전국 시군구 단위로 신규 공개한다. 

전세 피해가 우려되는 지자체는 별도 통보하고 지자체·중개사 등을 통해 이상거래·위험매물 등에 대한 점검도 실시한다. 

임차인 권리 강화…대출·거처 등 피해구제도 

임차인의 권리도 한층 강화한다. 

그동안 경매 진행 시 우선 변제되는 권리관계 중 체납 세금,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다가구주택)은 임대인 협조없이 확인이 불가했다. 앞으로는 선순위 권리관계에 대한 확인 권한을 임차인에게 부여, 임차인이 요청하면 임대인이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걸 의무화한다. 

이를 위해 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정보 요청 권한(임차인), 제공 의무(임대인)를 공인중개사 설명의무 대상에 포함하고 임대차 표준계약서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계약 후 임차개시일 전까지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세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도 임차인이 선순위 권리관계 정보를 요청할 수 있지만 권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엔 처벌 조항을 넣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의무화를 통해 기본적인 권리 관계를 정하고 공인중개사가 임차인 권리를 최대한 설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차인 대항력도 보강한다. 지금은 주택 인도(이사), 전입신고를 모두 마친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 이를 악용해 임대차 계약 직후 주택을 팔거나 근저당을 설정해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기가 있다.

4분기부터는 임대인의 담보권 설정 가능시점 등을 계약서 특약에 명시하고 국토부 인증 등을 통해 활용률을 높인다. 또 은행이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확인하고 담보대출 시 보증금을 감안토록 시중 주요은행과 협의를 추진한다. 

현재 담보설정 순위에 관계없이 임차인 보증금 중 일정 금액(서울 5000만원 등)은 우선해 변제토록 하는 '최우선 변제금액'도 상향한다. 임대차 보증금 통계, 권역별 임대차 시장 현황 등을 고려해 금액을 올릴 예정이다. 

아울러 4분기부터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지난해 8월부터 의무화)할 경우 HUG가 임차인에게 통보하고, 보증가입 의무 준수 여부도 상시 점검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도 병행한다. HUG 내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금융서비스, 임시 거처 및 임대주택 입주, 법률상담 안내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센터는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으로 구성되며 향후 지역 거점에 단계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주택도시기금에서 연 1%대 자금대출을 가구당 1억6000만원 지원한다. HUG가 강제 관리 중인 주택 등에서 시세의 30% 이하로 최장 6개월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가해자는 사업자 등록을 불허하고 기존 사업자가 가해자인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등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결격사유 적용기간, 자격취소 대상행위 확대 등 사기에 공모한 중개사·감평사 등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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