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재개하면서 전용 84㎡ 입주권 호가가 16억원으로 1억원 올랐어요. 다만 분담금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고 동·호수 추첨도 아직 하지 않아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죠." - 둔촌동 인근 D중개업소 대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 단지로 꼽히는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6개월 만에 재개했다. 지난 4월 공사 중단과 함께 입주권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던 인근 중개업소에는 최근 공사 재개로 인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최근 전용 84㎡를 배정받은 조합원 입주권 호가가 15억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 재개 직후 인근 중개업소를 둘러보니 호가가 다시 1억원가량 올랐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조합원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합원 분담금 상승 가능성과 동·호수 추첨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당장 거래가 나타나지는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최근 레고랜드 발 자금경색이 확산하면서 기존 사업비 7000억원의 차환발행에 실패, 자금조달에도 암초를 만났다.
8억 하락한 입주권, 공사 재개에 1억 재상승
지날 20일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을 찾았다. 닫혀있던 공사장 문이 열리면서 인부들과 트럭이 바쁘게 오갔다. 공사장에는 철근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최고 35층, 85개 동, 일반분양 4776가구를 포함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공사 재개와 입주권 가격 하락으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면서 인근 중개업소도 간만에 활력을 되찾았다. 둔촌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달 전만 해도 입주권을 판매하려는 사람만 있었고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최근에는 매수 문의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둔촌동 인근 B중개업소 대표도 "공사가 재개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낮은 가격에 올라와 있던 입주권 매물을 집주인이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둔촌동 인근 C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10월 23억7000만원에 팔린 전용 84㎡ 입주권은 최근까지 15억원에 나와 있었다"며 "(공사 재개 후) 집주인이 해당 매물을 거둬가면서 현재 같은 면적 입주권은 16억원"이라고 말했다.
전용 95㎡(37평)을 배정받은 조합원 입주권은 18억원, 110㎡(43평형) 입주권은 22억원에 호가가 형성돼있다. 둔촌동 인근 D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110㎡는 지난 2월 28억5000만원에 마지막으로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6억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 매물 외에도 전용 84㎡(34평)는 16억5000만원과 18억원에 각각 2건씩 매물이 나와 있다고 D중개업소 대표는 소개했다.
매수 문의가 늘어난 데에는 공사 재개 소식뿐만 아니라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가 통과하면서 재건축 시장에 활력이 돌 거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둔촌동 인근 E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아파트가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일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다"며 "공사 중단 때 내놓은 매물을 회수한 경우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동호수 추첨·분담금·자금조달 곳곳 암초
다만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수요자들은 입주권 구매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증액에 따른 추가 분담금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고 동·호수 추첨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대부분은 오는 12월 둔촌주공 입주권 매매 제한이 풀리면서 거래가 가능해지는 물량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조합 설립 이후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착공일(2019년12월3일)로부터 3년 이내 준공되지 않으면 입주권을 3년 이상 보유한 조합원들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진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입주권 구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둔촌동 인근 F중개업소 대표는 "추가 분담금 액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아파트 입주권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억~2억원 정도 하락하면 매수세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공사업단은 약 반년 동안의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비용이 1조14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최근 공사비를 기존 3조2292억원에서 4조3677억원으로 1조1385억원가량 늘리기로 합의했다. 해당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둔촌주공 조합원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이 1인당 1억8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분담금은 분양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 분양 분양가가 상승하면 조합원 분담금은 낮아지는 구조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은 분양가 산정 절차를 마치고 결정된다.
아울러 동·호수 추첨이 지연되는 것도 입주권 매매 호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F중개업소 대표는 "동·호수 추첨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입주권 매입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라며 "지금 구매하는 입주권이 어디에 배정받을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레고랜드가 촉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경색으로 둔촌주공의 사업비 7000억원 차환발행에도 실패해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키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침체와 맞물리며 입주권 가격이 상승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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