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입주가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큰폭으로 떨어졌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서 전셋값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금리 인상과 전세 불안 등으로 수요는 줄어들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다.
대단지 입주폭탄…'3분의1' 전세로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총 3375가구가 이달 말부터 입주한다. 지난 3일 기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등록된 이 단지 전세 매물은 총 1353가구다.
이는 평소 개포동 전체에서 나오는 전세 매물 수보다도 많다. 지난해 같은 시기(2022년 2월3일 기준) 개포동 전세 물량은 총 946건이었다.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이 단지의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 전세 호가는 13억원에서 최근 7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용 84㎡ 역시 한때 호가가 16억원에 달했지만 현재 10억원 수준이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 단지 전용 84㎡는 9억8000만원, 10억원, 10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실거래가는 9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단지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용 59㎡ 전세 호가가 13억원, 전용 84㎡ 호가가 15억~16억원 수준이었는데 일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말했다.
B 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4㎡ 1층 매물의 경우에는 지난해 말에 9억원 초반대에도 계약이 체결된 적 있다"면서도 "임차 수요도 넉넉해 9억원대 전세 물량은 거의 소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단지 입주와 신학기 수요가 맞물리면서 임차 수요도 넉넉하지만 최근 신규 분양 단지의 실거주 의무가 완화하면서 전세 공급량이 수요량을 웃도는 상황이다.
단지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서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 부동산 대책'을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주택에 2~5년간 적용하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전매제한 '수도권 최대 3년'…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1월3일)
입주 마감일이 다가오면 전셋값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이달 28일부터 5월29일까지 삼개월간 입주를 진행한다.
입주 마감일이 가까워진 4~5월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잔금을 치르기 위해 가격을 더 내릴 수밖에 없다.
D 중개업소 대표는 "당장은 집주인들이 가격 조정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입주 마감일이 다가오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계약을 진행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개포동 전셋값 '뚝뚝'매머드급 단지의 입주로 인근 전셋값도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강남구 개포동에서 세입자를 찾고 있는 전세 매물은 총 2590가구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년 전인 지난해 7월3일 개포동 전체 전세 매물은 714가구다.
개포동 E 중개업소 대표는 "반년 전만 해도 개포동 인근 아파트 전용 84㎡ 전세는 15억원을 웃돌았다"며 "전세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많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84㎡는 지난해 6월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같은 조건의 매물이 10억원에 계약됐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지난달 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 면적의 매물은 지난해 4월만 해도 10억원이 넘는 가격(10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전셋값 하락이 인근 지역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금리와 전세 사기 등에 대한 우려로 전세수요는 감소하는 한편,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셋값은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셋값이 떨어지면 당분간 인근 매매가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