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차갑게 식으면서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에만 1만 호 이상이 미분양 아파트로 등록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설정한 '위험선'을 훌쩍 넘긴 수준이다.
서울 강북구의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대표적인 미분양 아파트 단지다. 지난 해 청약 경쟁률은 6대 1이었지만 당첨자들이 잇따라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같은 해 6월 입주 이후에도 미분양을 털지 못하자 시행사는 분양가를 15% 낮추고 입주자 관리비 대납 조건까지 내걸었다. 무순위 청약을 7차례나 진행했지만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호씩 늘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호를 넘어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건설 업계는 정부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적극 개입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목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아파트 수십 채를 한꺼번에 사면서 '고가 매입'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LH는 전세매입임대 사업 일환으로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가구당 2억1000만∼2억6000만원대, 총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원 국토부장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며 LH를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분양 시장이 냉각되면서 분양을 마치고 입주를 앞둔 서울 아파트에서도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이른바 '마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셋값이 떨어지며 세입자를 구하는 게 어려워지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권을 파는 것이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더 플래티넘'의 경우 전용면적 65㎡가 최근 12억514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지난해 1월 같은 크기 최고 분양가가 14억7260만원이던 것을 고려하면 2억2000만원 '마피'가 붙은 셈이다.
'마피'의 주요 원인으로 지속적인 '거래절벽'을 꼽히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2만8603건으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5.4%, 전년 동월 대비로는 46.8%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