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제한 완화했지만 세금 때문에 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양도세가 70%가량이니까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지금 팔 이유가 없죠." -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인근 A 중개업소
"오는 12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은 전매제한이 풀리거든요. 매수자와 매도자들이 가끔 문의 전화는 하는데, 실거주 의무가 아직 남아있잖아요. 언제 풀릴지 모르니 조금 더 지켜봐야죠." -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B 중개업소
정부가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면서 분양권 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하며 일선 현장에서는 분양권 매도·매수 문의도 늘어난 분위기다.
다만 분양권 매매 활성화까진 아직 쉽지 않은 분위기다. 양도세율 개정도 지지부진하면서 분양권 판매 차익의 70%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같은 서울 내에서도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에는 실거주 의무도 남아 있다.
청량리 "양도세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정부는 지난 7일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최대 10년이었던 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1년(강남 3구·용산구 3년)으로 줄어들면서 서울 내 단지 대부분이 전매제한 완화 혜택을 보게 됐다. ▶관련기사: 서울서 분양권 전매제한 풀린 아파트는?(4월7일)
실거주 의무는 2021년 2월 이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단지에 부여됐다. 이에 2021년 2월 이전에 분양한 단지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단지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가령 지난 2019년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2023년 7월 입주 예정)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2023년 5월 입주 예정)은 지난 7일 이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분양권 매매가 원활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양도세율이 높아 희망 매도가격과 매수가격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는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전용 84㎡ 기준 15억원,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전용 84㎡는 14억원 정도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면서 "이 가격에 판매해도 양도세를 내면 남는 돈은 2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도세율이 너무 높아 집주인들이 매매를 꺼린다"며 "양도차익의 66%를 세금으로 떼가는 상황에서 누가 분양권을 팔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분양권 양도세율은 60%(1년 이내 판매시 70%)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가산하면 세율이 66~77%에 달한다. 가령 10억원에 분양받은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전용 84㎡를 15억원에 매도한다면 실수익은 1억7000만원가량이다.
정부는 올 초 분양권 양도세율을 60~70%에서 6~4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후속 법 개정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올라온 실거래 가격과 호가는 4억~5억원 차이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는 지난 7일 10억9000만~11억6670만원 사이로 총 3건이 거래됐다. 지난 10일에는 10억원에 직거래 됐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래가 사이트에 올라온 계약 건은 가족 간의 증여 등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일 것"라고 추측했다. 이어 "10억원에 매도했다면 사실상 손해"라며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한 저 가격에 판매할 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실거주 의무 단지…"법 상충에 혼란"
전매 제한이 완화했지만 '실거주 의무'가 남아있는 단지도 다수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대표적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전매제한이 축소하면서 오는 12월 분양권 매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기간이 2년으로 사실상 전매제한 완화의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외 강동구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실거주 의무 3년,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와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실거주 의무 기간이 2년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D 중개업소 대표는 "이곳은 오는 12월까지 전매 제한이 풀린다"며 "실제 매도 의사를 갖고 문의한 손님도 여러 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인근 중개업소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D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도 해제된다고는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 말만 믿고 분양권을 팔고 샀다가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지 않으면 낭패"라고 말했다.
실제 실거주 의무 폐지안은 지난 1·3대책 이후 3개월째 답보상태다.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되면서 국회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실거주의무' 없앤다더니 입주해야 하나…3개월째 '밀당'(3월31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E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는지 등을 지켜보면서 오는 12월까지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