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안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간 입장차로 또다시 처리가 불발됐다. 실거주 의무를 폐지할 경우 깡통전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상정됐지만 다음 법안소위로 미뤄졌고 재건축초과이익 완화안은 상정조차 못했다.
실거주 의무 개정 이러다 영영…"역전세난 우려"
어제(30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했지만 처리가 불발됐다. 실거주 의무 폐지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이 계속되면서 내달 법안소위에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야당의 반대가 심하고 역전세 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면서 처리여부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실거주 의무 폐지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전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여당 의원들이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따라 실거주 의무를 부여했다가 해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중에 집값이 올라갈 때 실거주 의무를 또다시 만들 수 없는 노릇"이라면서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분상제를 먼저 검토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에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분양가격과 인근지역 주택매매 가격 비율에 따라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최대 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역전세난 우려'도 실거주 의무 폐지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맹성규 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실거주 의무 폐지로 인한 깡통전세 심화 우려 등을 언급했다"면서도 "실거주 의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직장·학업 등의 이유로 실거주가 힘든 경우는 시행령으로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갭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임대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 실거주 의무를 해제하는 것은 역전세에 기름 붓는 셈"이라며 "역전세난 우려가 잦아들면 해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매제한 완화 효과 덜할 듯"…수요자도 혼란
전매제한과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미뤄지면서 수요자들은 더욱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초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에 관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관련기사: '실거주의무' 없앤다더니 입주해야 하나…3개월째 '밀당'(3월31일)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최대 10년에 달했지만 수도권은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1년으로 축소했다. 기존 분양을 마친 단지에도 소급 적용되면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안이 국회에서 계류하면서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매제한이 풀리는 오는 12월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국토위 법안소위에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안' 등도 모두 연기됐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나왔다. 재건축초과이익 산정 시점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고 부담금 면제 기준도 완화하는 방안 등이다.
유경준 국민의 의원실 관계자는 "특히 재초환 완화에 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 한 상태"라며 "1기 신도시 특별법 또한 시간 관계상 초반 논의만 진행한 채 연기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