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로 관심을 받았던 서울 동작구 수방사 공공주택 예상 분양가가 논란이다. 전용 59㎡ 가격이 8억7000만원에 달해 기존 공공주택 가격을 훌쩍 뛰어넘었다. 소득 기준 등 공공분양 신청 자격을 고려하면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시세의 80% 수준에 분양하겠다는 계획은 지켰다. 인근 아파트 시세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로또 청약'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여론을 의식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 청약 수요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숨만 쉬고 벌어도 11년…공공분양 맞나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2023년 뉴홈(공공분양) 사전청약 대상지와 공급 시기를 공개했다. 올해 공급 대상은 총 1만76가구로 6·9·12월 등 3차례에 걸쳐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첫 공급 타자는 한강 인근의 '동작구 수방사' 부지다. 일부 가구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한강뷰 공공주택'으로 관심을 끌었던 단지다. 총 255가구로 오는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전청약을 공고할 예정이다.
논란이 된 건 가격이다. 동작구 수방사는 전 가구가 전용 59㎡로 구성되며 추정분양가는 8억7225만원이다. 함께 공급하는 남양주왕숙·안양매곡 전용 59㎡가 3억3000만~4억3000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비싸다.
최근 서울에 공급된 민영 아파트와 비교해도 분양가가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다. 전용 59㎡ 기준, 최근 분양한 서대문구 DMC 가재울 아이파크는 최고 8억8280만원, 은평구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7억1560만원이다.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도 최고 8억6900만원에 분양한 바 있다.
가격이 공개된 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너무 비싸다", "청년이나 신혼부부는 꿈도 못 꾸는 가격", "공공분양 취지가 퇴색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 해당 분양가는 3인 가구가 11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 전액을 모아야 가능한 수준이다. 공공주택 일반형 일반공급을 신청하려면 월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액의 100% 이하여야 하는데, 올해 3인 가구 기준으론 650만원이다. 신청 자격을 유지하면서 월 소득으로 분양가를 마련하려면 꼬박 11년이 걸린다.
대출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일반형의 경우 별도 모기지가 없어 디딤돌·보금자리 대출 등을 이용해야 한다. 최근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더라도 대출한도는 최대 5억원이며, 그마저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생애최초 80%)·DTI(총부채상환비율) 60% 등이 적용된다. 연 4.25~4.55%에 이르는 금리도 부담이다.
그래도 로또 청약…"경쟁 치열할듯"
정부는 '시세 80%'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8일 기준 주변 아파트 전용 59㎡ 호가는 9억~14억원에 형성됐다. 실거래가도 이번 동작구수방사 분양가를 훌쩍 웃돈다.
동작구 수방사 부지 옆 래미안트윈파크 전용 59㎡는 지난 2월 13억6000만원(26층)에 거래됐다. 인근 한강쌍용 전용 59㎡가 지난 3월 7억원(1층)에 거래되긴 했지만, 161가구의 소규모 단지고 1999년에 입주한 구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기는 어렵다.
청약 경쟁 과열을 우려한 결과이기도 하다. 동작구 수방사 부지는 2021년 처음 사전청약 계획이 발표된 이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공공분양 주택이 적은 서울에 한강뷰라는 장점까지 더해져 청약통장을 아끼며 기다리던 수요자가 많았다.
분양받기만 하면 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로또 분양'이라는 기대가 컸다. 정부는 이 때문에 시세 70% 이하로 분양하는 '나눔형' 대신 시세 80%의 '일반형'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는 시세의 80%로 책정한다는 원칙인데, 인근 비슷한 평형의 신축 주택가격이 12억원 내외"라며 "공공분양이 내 집 마련 기회라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워낙 관심이 많은 부지라 과열 로또 분양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경쟁률은 높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른 공공주택에 비해선 비싸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건 분명하다. 또 공공 사전청약은 일단 당첨 후 본 청약 전에 취소해도 불이익이 없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분양가가 시세의 70~80%라고 해도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공공주택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가격"이라면서도 "입지가 좋고 일부 가구에선 한강도 조망 가능해 묻지마 청약이 이뤄지는 등 경쟁률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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