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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없는' 토지임대부주택, '제값' 받을 수 있을까요?

  • 2024.03.13(수) 10:56

분양가 '반값'이지만 소유권에 토지 빠진 '반쪽'
시세차익 감정평가 때도 토지가격 상승분 빼야
개인거래 열려도 건물감가상각·토지임대료 관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시세'대로 거래될 수 있게 된다. 5년이 지나면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 차익의 70%을 집주인이 가져갈 수 있게 되고, 10년을 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팔 수 있는 제약이 풀려 시장에서 팔리는 대로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택과 달리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빠져 있는 게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토지는 LH 등에서 빌려 쓰는 것이고 감가상각되는 건물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인정하는 게 토지임대부 주택의 기본 개념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반값 아파트'이기도 하지만 '반쪽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시세대로 팔 수 있게 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과연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거주의무 5년 채우면…감정해 차익 70%까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가가 시세의 반값 수준이지만 매달 월세처럼 토지임대료를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매도 방법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시행령·시행규칙을 다음달 15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관련기사: '반값' 토지임대부 아파트, 10년 살면 시세대로 팔 수 있다(3월4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당첨된 수분양자는 거주의무기간 5년 이내 LH 등 공공에 환매할 수 있다. 이때 입주금과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를 반영한 수준의 매입비용을 돌려받게 된다. 수요 확보를 위해 기본적으로 원금보장 구조로 만들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5~10년 사이에도 이자 정도를 받고 환매할 수 있다. 하지만 원한다면 입주금에 시세차익의 70%를 더한 금액으로 공공에 환매할 수도 있다. 시세차익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정평가한 가액에서 입주금을 뺀 금액으로 산정한다.

이때 토지임대부의 감정평가 가액은 어떻게 매겨질까? 토지 지분은 '빌려 쓸 권리'만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핵심이다.

감정평가사 A씨는 "대지사용권을 수반하지 않는 구분건물은 건물만의 가액으로 감정평가한다. 인근에 구분건물 거래사례가 포착된다면 그걸 기준으로 거래사례 비교법을 활용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건물만의 거래가 많지 않으니 일반적인 거래사례에서 토지분을 공제하는 방식도 가능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사 B씨는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땅값을 공제하고 사업자가 제시한 가산항목(건물등급, 구조보강 등)을 반영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해당 주택의 분양가격이 3억원, 토지가격이 2억원이고 7년 후 매도시 주변의 비슷한 주택의 시세가 6억원이라고 해보자. 토지가격에 변동이 없을 경우 토지임대부주택의 감정평가액은 4억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수분양자는 입주금(3억원)과 시세차익(4억-3억=1억원) 70%를 더한 3억700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변 시세 6억원짜리 집의 토지지분 가격이 3년전 2억원에서 7년 뒤 2억5000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계산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토지임대부주택의 시세차익은 5000만원에 그치고 공공 환매 시 차익은 3500만원으로 줄어든다. 또 매도시점 토지지분 가격이 3억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차익은 0원이 된다. 수분양자는 입주금에 이자를 받고 환매하는 방식이 나은 셈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매도 방법./그래픽=비즈워치

신축일 때만 시세 기대…재건축도 못하는데?

전매제한 기간 10년이 지나면 공공 환매가 아닌 민간 시장 자유거래 방식으로 바뀐다. 집값이 크게 올랐다면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시장 변동 리스크를 져야 한다. 오히려 5~10년 사이에 입주금에 이자를 얹어받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반값' 토지임대부 아파트, 원금보장에 시세차익도? (2023년12월5일)

특히 시세대로 팔더라도 차익 기대는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건물 분양가가 '반값' 수준인 점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매달 내는 토지임대료가 사실상 월세로 인식된다는 한계가 일단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마곡지구 16단지 전용 84㎡를 전매제한기간(10년) 동안 거주한다면 총 9907만원을 토지임대료로 내야 한다. 여기에 분양가격(4억9138만원)을 더하면 10년 거주 비용은 5억9045만원에 달한다. 같은 평형의 마곡엠벨리7단지가 15억4000만원(지난해 9월)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관건은 얼마에 팔 수 있느냐다. 시장에서 거래된다 해도 토지임대료 납부 조건은 유지되는 만큼 이를 고려해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어서다. 거주기간 동안 해당 토지를 독점적으로 임차할 수 있긴 하지만 처분이나 활용이 불가한 만큼 대지사용권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게 감정평가사 판단이다.

감정평가사 B씨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일반 주택에 없는 토지임대료 부담이 감액요소가 될 것"이라며 "건물 사용연수를 고려해 납부해야 할 토지임대료 총액을 주변 시세에서 공제한 수준에 시장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건물 사용연수가 40년, 토지임대료가 월 100만원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10년 살고 나서 팔 때는 주변 시세가 10억원이라도 이를 다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은 30년간 내야 할 토지임대료 총액 3억6000만원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에 시장가격이 매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토지 없이 건물만 갖고 있으니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내 집 마련과 재테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다른 아파트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국세청 건물 기준시가 계산방법 고시'에 따라 마곡지구 16단지 건물 잔존가치를 계산하면 30년 후 건물의 가치는 약 2억2603만원으로 최초 분양가의 46%까지 떨어진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홍보이미지 /자료=SH공사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초기 투자자는 자본금을 적게 투입하고도 양질의 주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향후 건물가치가 0에 수렴해 마지막에 사는 사람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미래가치도 없고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니 일반인이 살 이유가 없다"며 "개인 간 거래가 자유화되더라도 실제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결국 LH가 사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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