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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미분양 완판'? 다 믿진 마세요

  • 2024.08.05(월) 16:46

수도권 미분양 단지 속속 다 팔렸다는데…진짜?
건설사에 미분양 신고 의무 없어 '정확도↓'
오피스텔은 더 깜깜이…공공분양도 포함 안돼
미분양 해소 지원책 나오면 '신고' 몰릴 수도

최근 일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들이 '완판' 행렬을 잇고 있답니다. 집값이 오르고 매매 거래량이 늘면서 미분양의 상품성이 재평가된 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건설사마다 '미분양 완판'을 외치자 주택시장의 심리도 더 자극받는 듯하고요.

미분양은 부동산 경기를 진단하는 중요한 지표죠. 그런데 이 지표를 두고 참 말이 많습니다. 공식 미분양 집계부터 오류가 불가피한 구조거든요. 내 집 마련을 위한 올바른 판단 기준으로 삼으려면 통계수치도, 건설사들의 '완판' 광고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분양 공개 의무 없어요~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들은 매월 미분양 주택 가구 수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의 동향을 파악해 정부는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파악하고, 주택 사업자는 사업 계획을 세우기도 하죠.

주택 수요자들 또한 주택 매매 시점 등을 가늠해 볼 수 있죠. 그만큼 주택 시장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통계인데요. 그렇다고 미분양 통계만 철석같이 믿어선 안 됩니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거든요.

현행 주택법상 주택 분양 공고는 관내 구청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요. 분양 결과와 미분양 신고는 의무가 아닙니다. 사업 주체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그걸 지자체와 국토부가 취합·검토해 집계하는데요. 

통계 작성 순서는 분양업체→시·군·구→시·도→국토교통부 순입니다. 분양업체가 매월 말 기준 미분양 현황을 시·군·구에 신고하면요. 시·군·구는 신고받은 미분양 현황을 준공 전·후 규모별(40㎡ 이하, 40~60㎡, 60~85㎡, 85㎡ 초과)로 구분해 시·도에 보고합니다. 

시·도는 보고 받은 미분양 현황을 매월 15일까지 취합해 국토부에 보고하고요. 국토부는 시·도에서 보고받은 미분양 현황을 취합해 수치 누락, 단지별 이상 유무 등을 검증한 뒤 매월 말 통계를 공표합니다. 

결국 출발은 사업 주체의 '자발적인' 신고죠.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미분양 물량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정보제공을 거부해도 강제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2024년 전국 미분양 주택 월별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지자체에서 공개하는 미분양 현황에는 '단지 요청에 의한 미공개'를 이유로 미분양 가구 수를 공개하지 않은 사업장이 꽤 있습니다. 주택 사업자들이 미분양 가구 수를 솔직히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낙인 효과' 때문입니다. 미분양 가구가 많은 단지로 알려지면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계약률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건설사나 주택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그래서 국토부가 공개하는 미분양 가구 수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됐을 거란 추측이 나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말을 기점으로 4개월 만에 다시 6만 가구를 넘은 뒤 매월 증가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이미 올 초에 실제 미분양 가구 수가 10만가구가 넘었을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미분양 7만 시대'…실제론?

더군다나 국토부의 미분양 집계엔 공개 청약 의무가 없는 3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은 빠져 있습니다. 이 단지들까지 더하면 미분양 주택은 더 많을 텐데요. 

공공 분양까지 생각하면 빈틈이 더 많습니다. 공공 분양에도 입지가 좋지 않은 단지 등에는 잔여 가구 등이 나오는 데 이건 포함이 안 되죠. 서울 등 수도권 공공 분양은 경쟁률이 치열하지만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방에선 잔여 가구가 있어도 미분양에 안 잡히거든요. 

찾아보면 '숨은 미분양' 물량이 상당할 듯합니다. 통계에 오차가 클수록 주택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죠. 공급자 입장에선 적절한 분양 시점을 예측할 수 없어 또 다른 미분양 단지를 양산하게 될 수 있고요.

2008년 전국 미분양주택 월별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수요자는 '적정 가격'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실제로는 미분양이 쌓여 있는 지역인데 이를 잘 모르고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하는 단지에 청약하게 될 수도 있는 거죠.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이 문제입니다. '계약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이른바 '절판 마케팅'이 판치기 십상이죠. 

그래서 미분양 통계나 주택 사업자들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도 이러한 미분양 통계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면서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미분양 주택 신고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을 건의했는데요. 

개정이 쉽진 않은 상태입니다. 분양 아파트 계약 현황을 '영업 비밀'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죠. 현행법에 따라 경영·영업상 비밀로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울러 1998년부터 사용하는 국가 통계인 만큼 집계 방식을 바꾸면 추이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고요. 

그러나 최근 수도권 집값 불안, 지방 주택 경기 침체, 공급 위축 우려 등으로 주택 시장이 혼란스러운 만큼 더 투명한 통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특히나 정부가 이달 중 공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여기에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방안이 담길 거란 기대감이 시장에서 나오는데요. 이럴 경우 주택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미분양 신고를 하면서 미분양 주택 수가 확 늘어날 여지도 있습니다. 

2008년에도 정부가 미분양 대책의 일환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6·11 대책을 발표하자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는 △5월 12만8170가구 △6월 14만7230가구 △7월 16만595가구 등으로 크게 늘었거든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미분양 통계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만큼 주택 수요자들은 집값, 입주량 등 여러 주택 경기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시장 참여자들이 정확한 동향을 파악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통계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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