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세금붙는 사치품]① 요트는 왜 빠졌을까

  • 2014.04.08(화) 08:40

99년 피아노·스키용품 등 특소세 품목 절반 폐지
04년엔 전면 폐지 논의…레저용품 '젊은 층' 세부담 완화

고가의 사치품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을 조정하는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과세 품목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10년 전에는 요트와 골프용품 등에 대한 소비세를 폐지하면서 사치품에 대한 시각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최근 정부는 세수 부족과 조세 형평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자 새로운 과세대상을 찾고 있다.

 

1970년대 특별소비세에서 시작된 사치품 과세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외국의 사례를 점검해 국내 경제 현실에 맞는 개별소비세의 과세 아이디어를 모색한다. [편집자]

 

인포그래픽 바로가기

 

1977년 7월1일, 대한민국의 조세 체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가 나란히 탄생한 것이다. 군사정부 시절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고, 종전의 복잡했던 간접세 구조를 간편하게 정리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전국민의 소비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부가세는 대기업 회장이든 실업자든 재화 및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동등하게 10%의 세금 부담을 지게 하는 약점(역진성)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사치품에 대한 추가 세금(특소세)이 고안됐다.

 

특소세는 그동안 세 차례의 큰 변화를 맞이했다. 1999년과 2004년 사치품으로 분류됐던 품목들이 과세 대상에서 빠졌고, 2008년에는 개별소비세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2014년, 사치품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대대적인 과세품목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 국민의 정부: 피아노와 스키용품

 

90년대까지 피아노와 스키용품은 특소세를 부과하는 사치품이었다. 그랜드피아노는 제품가격의 15%를 특소세 명목으로 과세했고, 전자오르간을 포함한 일반 피아노는 10% 세율이 적용됐다. 스키와 볼링용품은 30%의 특소세가 부과됐다.

 

정부는 여유있는 소득층의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무겁게 매겼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겪은 이후 1999년부터 사치품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때 특소세 과세대상 품목은 63개에서 32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피아노와 스키·볼링용품, TV·냉장고·세탁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을 소비가 대중화된 '생활용품'으로 분류하고, 특소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청량음료와 설탕, 커피·코코아, 박카스와 원비디 등 피로회복제들도 특소세를 모두 걷어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 패턴이 고급화하는 추세에서 이런 제품들을 더 이상 사치품이라고 치부하기가 무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現기획재정위원회)는 검토보고를 통해 "이미 생활용품화된 물품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하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가계에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참여정부: 요트와 골프용품

 

2004년에는 사치품에 대한 특소세가 사라질 뻔 했다.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맡았던 열린우리당(現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의원이 내수진작을 위해 자동차와 유류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특소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낸 것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여당'의 법 개정을 거들었지만, 민주노동당(現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필두로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합세해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 정부와 여당의 갑작스런 특소세 폐지 방침에 대해 야당의 불만이 가득했다.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정박한 요트들./이명근 기자 qwe123@
 

격론 끝에 국회 재경위는 요트와 모터보트, 골프용품 등에 대해 특소세를 제외하고, 보석·귀금속·고급사진기·시계·모피 등 12개 품목은 세금을 남겨뒀다. 요트와 골프, 수상스키 등 레저용품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애용하는 스포츠로서 세금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레저용품 특소세를 폐지하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은 "모터보트나 요트 등은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 제품으로 중소기업 지원의 효과가 없다"며 "국내 사치재시장을 독과점하는 외국 기업과 국내 대기업, 부유 계층에게 특혜를 주는 반서민 법안"이라고 끝까지 반대했다.

 

◇ MB정부: '뺄셈'에서 '덧셈'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2008년 초에는 특소세가 개별소비세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사치품에 대한 소비억제라는 측면보다 자동차와 유류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품목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치품에 대한 과세 대상도 '뺄셈' 일색이었던 종전과는 달리 '덧셈' 정책 기조로 바뀌는 모습이다. 2010년에는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TV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품목에 5%의 개별소비세가 새로 부과됐고, 이 규정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당초 2012년 말까지만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에너지 소비 절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3년간 연장됐다.

 

올해부터 출고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명품' 고가가방에는 20%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귀금속과 시계 등 기존 과세대상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00만원이 넘는 다른 명품들도 언제든지 사치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재부는 지난 달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개편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개별소비세 과세원칙을 새롭게 마련하고, 과세대상을 개편해야 한다"며 "새로운 고가 사치품에 대해서는 추가 과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연구용역은 해외 개별소비세 사례에서 사치품 과세의 힌트를 찾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2편([세금붙는 사치품]② 대만엔 거북이껍질)에서 계속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