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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타는 사치품..과세 1순위는 '고가 패딩'

  • 2014.10.29(수) 09:29

양복·타이어 '추가', 로얄제리·녹용 '폐지', 수입차 '인상'
기재부 연구용역 보고서..'개별소비세 개편방안'

수백만원 짜리 패딩, 양복, 드레스.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 수입자동차와 명품백.

 

앞으로 정부가 무거운 세금을 물릴 사치품(혹은 환경파괴물품)의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 정부는 사치품 과세를 통해 부자 증세와 조세형평성, 세수 확보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자칫 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2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개편방안'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금을 내고 있는 녹용과 로얄제리(세율 7%), 고급융단(세율 20%)은 과세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200만원을 넘는 고가 외의(外衣)와 양복, 드레스에 새롭게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환경을 해롭게 만드는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에도 세금을 물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수입자동차와 명품백 등에는 수입가격 대신 마진을 포함한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를 매겨서 국산과의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 "요즘 누가 로얄제리 먹나"

 

한때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았던 로얄제리와 녹용은 소비자들로부터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생산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개별소비세 납세 실적도 전무한 상황이다. 누가 얼마나 먹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 로얄제리를 건강기능식품에서 퇴출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로얄제리와 녹용은 2010년 1명이 100만원의 개별소비세를 낸 이후, 국세청의 통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연구용역을 담당한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용과 로얄제리는 대체 건강보조식품의 발달로 그 수요와 공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더 이상 사치세의 과세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역시 과세 실적이 잡히지 않고 있는 200만원 이상 고급융단도 폐지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주거문화는 융단과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최근 다양한 바닥재가 발달하면서 고급융단을 소비하는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세법도 복잡한데 '구닥다리' 품목은 과세대상에서 지우자는 이야기다.

 

◇ "모피만 아니면 괜찮잖아"

 

현재 200만원 이상의 고급모피에는 20%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다. 500만원대 모피코트에 100만원 정도는 개별소비세가 포함됐다는 의미다. 다만 모피가 아닌 고급 소재를 사용한 옷이라면 무거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최근 고급 옷의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오버코트 등 고급의류(수입단가 200만원 초과)의 수입금액은 전년보다 2배 증가했고, 2010년에 비해서는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드레스와 양복의 수입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고급의류의 수입 규모와 증가 추이를 볼 때 개별소비세 과세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모피코트 외에 고가의 패딩파카, 드레스와 양복 등에도 과세하면 형평성 문제를 다소나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이명근 기자 qwe123@

 

◇ "매연 유발에도 세금을"

 

매연을 발생시키는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에 대해서도 개별소비세를 따로 매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는 1개당 각각 924원과 772원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호흡기 질환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도로청소에 필요한 비용까지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미 승용차에 한해서는 신차가격의 일부로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개인이 교체하거나 버스·택시·트럭 등에 사용하는 경우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아예 모든 자동차 제조업자가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를 구매할 단계부터 개별소비세를 원천징수하자는 주장이다.

 

◇ "국산車 좀 살려주세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개별소비세 과세 단계에서 수입차와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한다. 수입차는 영업마진이 더해지기 이전의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지만, 국산차는 영업마진을 포함해 과세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더 높아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격이 4000만원대인 국산차에 개별소비세가 200만원(세율 5%) 붙었다면, 똑같은 가격의 수입차(수입가격은 2000만원이라고 가정)에는 100만원의 개별소비세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유통구조에 따라 수입신고 가격에 2~3배 이상의 유통마진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판매장 부과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 명품의 경우에도 판매장 과세방식으로 바뀌면 유통마진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과세의 실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럴 경우 개별소비세로 인해 소비자가격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급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율을 다소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문창용 세제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崔心은 '시기상조'

 

기재부는 지난 5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개별소비세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예산은 2727만원을 들였다. 2010년 이후 과세대상 조정이 없었고, 조세형평성이나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실익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도 언제든지 포함될 수 있다. 관련기사☞ [세금붙는 사치품]① 요트는 왜 빠졌을까 ② 대만엔 거북이 껍질 ③ 된장녀를 주목하라

 

그러나 소비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당장 사치품에 개별소비세를 과세하진 않을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선 담뱃세 외에 (타이어, 패딩, 양복, 드레스 등)개별소비세 과세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사치품 과세는 야당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는 '부자 감세'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지만,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연구용역은 진행했지만, 일단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환경 변화에 대응해 개별소비세 과세 원칙을 새롭게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향후 중장기적 제도 개선과 법령 개편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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