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민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을 비롯해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더 걷으려고 하는데요. 납세자 입장에선 실제로 얼마의 세금을 더 내야하는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내고 있는 세금이 회사 동료나 이웃집 아저씨보다 더 많은지, 적은지도 궁금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20% 내외의 조세부담률(국민소득/조세수입)이나 1인당 세부담(총조세/인구) 같은 통계수치는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세금 항목별로 납세자들이 얼마씩 세금을 내는지, 실제 세부담의 무게를 측정해 봤습니다.
◇ 국민 1인당 하루 세금 '1만5천원'
세금을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싶을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지표가 '1인당 세부담'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걷은 세금을 인구로 나누면 되기 때문에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나 소수의 세금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의 실제 세부담을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1인당 세부담을 공식 집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부담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통계의 왜곡'을 감수하면서도 1인당 세금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지방세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친절히 주민 1인당 세금을 계산해주고 있기도 하죠.
올해 정부가 세금 징수 목표로 잡은 세입예산안을 통해 1인당 세부담을 계산해보면 총 532만원이 산출됩니다. 중앙정부에는 국세로 426만원, 지자체에는 지방세로 106만원을 내는 꼴입니다. 한달에 44만원, 하루로 계산하면 1만5000원이 조금 못됩니다.
10년 전에 비해서는 1인당 세부담이 200만원 넘게 늘었는데요. 매년 대체로 증가 추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과 경기 불황이 극심해진 2013년에는 전년보다 줄기도 했습니다. 곧 내년 세입예산안이 발표되면 2015년의 1인당 세부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담뱃세로 年52만원씩
요즘 가장 뜨거운 세금인 '담뱃세'는 얼마씩 내고 있을까요. 올해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걷을 담뱃세(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는 5조1893억원으로 추정됩니다.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흡연자 10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연간 52만원 정도씩 내는 겁니다. 각종 부담금까지 포함하면 흡연자들의 세부담은 다소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담뱃세를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면 연간 추가 세수입은 2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경우 흡연자 1인당 연간 세부담은 80만원으로 급증합니다. 한달에 약 6만7000원의 세금을 흡연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셈입니다.
자동차세는 1대당 연 34만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해 지자체가 걷을 자동차세 6조7473억원을 자동차 등록대수(8월 기준) 1989만9254대로 나눈 수치입니다. 물론 내년부터 자동차세가 인상되면 세부담은 더 늘어나겠죠.
◇ 직장인 소득세 月평균 10만원
직장인의 소득세 부담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분 근로소득세 신고인원은 1576만8083명, 결정세액은 19조9712억원입니다. 소득세를 신고한 근로자 1인당 연간 127만원, 월 기준으로는 10만원 정도를 낸 것으로 계산됩니다. 2011년분 1인당 근로소득세(115만원)에 비해서는 12만원 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납부하는 종합소득세도 비슷한 추세입니다. 2012년분 17조377억원의 종합소득세를 435만2929명이 납부했는데, 1인당으로 환산하면 391만원입니다. 전년에 비해서는 7만원 증가했습니다.
1인당 세부담이 늘어난 것은 근로자의 월급이 오르고 자영업자의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2009년부터 소득세율을 낮춘 이후 별다른 감세 혜택이 없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 법인세·부가세는 '감소 추세'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경기 불황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지난해 국세청이 걷은 법인세는 43조9000억원으로 2012년보다 2조원 부족했습니다. 같은 기간 법인세를 신고한 12월말 결산기업 수가 3만5000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기업당 세부담은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지난해 기업당 법인세는 7743만원으로 2012년(8628만원)보다 885만원 감소했습니다. 그만큼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영업이익은 2012년 사업연도 58조8000억원으로 전년(61조1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경기 흐름을 타는 부가가치세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1인당 부가가치세는 209만원으로 전년보다 13만원 적게 나왔습니다. 부가가치세 전체 세수는 지난해 56조원으로 2012년보다 3000억원 늘었지만,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추세에 비하면 효율성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는 상황에서도 국민 전체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소득세나 담뱃세, 자동차세등 다수의 '국민 세목'에서 벌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조세정책이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서민 쪽으로 기울어진 세금의 '무게추'부터 되돌려놓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