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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의 窓]②가짜 매출과 자산

  • 2015.12.24(목) 17:15

매출, 자산을 불리고 부채는 줄여
없는 재고도 만드는 것이 분식회계

 

매출 부풀리기는 분식회계의 기본이다. 매출을 실제보다 많은 것으로 조작하면 당기순이익도 실제보다 늘고, 자기자본금은 불어난다. 실제 실적이 좋지 못한 기업도 재무제표상에서는 실적 좋은 우량기업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 매출과 매출채권은 많게, 대손충당금은 적게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감독당국의 회계감리에서 분식회계로 지적을 받은 기업 241곳에서 총 38건의 매출 및 매출원가 과대계상이 있었다. 매출채권 과대계상도 19건이 발견됐다. 매출채권은 쉽게 말해 물건을 미리 주고 받아야 할 외상값이 있다는 의미로, 매출채권을 불리는 것 역시 매출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 받을 돈도 내 호주머니에 들어갈 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줄이는 방법을 썼다. 대손충당금은 ‘못 받을 것 같은 돈’인데, 이 손해를 메우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자금을 말한다. 못받을 것 같은 돈은 실제보다 줄이고, 받을 수 있는 돈이 대부분인 것으로 처리하면 충당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과소계상은 10건이 발견됐다. 매출액 과대계상, 매출채권 과대계상,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과소계상 모두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허위 회계처리다.

 

2014년에 분식회계가 적발된 대한전선은 2011년 한해에만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2270억원이나 과소계상했다. 대한전선은 계열사인 대한시스템즈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채권 상환능력이 없는 걸 알면서도 전선을 공급했다. 그러면서 재무제표에는 회수가 가능한 채권으로 부풀려 적어 놓은 것이다.

 

2008년의 영진약품공업 분식회계는 매출 부풀리기의 종합세트였다. 거래처와 사전에 할인된 금액으로 거래를 해 놓고 회계처리는 할인 전의 금액으로 부풀려서 매출을 잡았다. 이렇게 과대계상된 매출만 2004년부터 3년간 570억원에 달했다.

 

영진약품은 특히 2006년과 2007년에는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끊어서 45억여원의 허위매출을 잡았고, 일부 수출물량에 대해서는 수출 선적일이 아닌 공장출고일 기준으로 매출시기를 당겨서 적기도 했다.

 

 

 

# 부채로 장난치는 기업들

 

자기자본을 불리고 부채를 줄이는 방법도 분식회계의 단골메뉴다. 기업은 자기자본만으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에 빌린돈인 부채를 함께 활용하는데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너무 높으면 이자로 까먹는 돈이 많아지는 등 기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져서 지불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적자가 계속되고 자기자본마저 털어먹는 시기가 오면 자본잠식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012년 5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20억원의 최고액 과징금 처분과 대표이사 2명 검찰고발 조치를 당한 쌍용양회의 분식회계는 기업의 자산인 유가증권 매각이익을 부풀린 점이 크게 주목받았다.

 

쌍용양회가 허위계상한 금액은 1190억원에 달했다.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써놓고, 마치 주식을 매각한 것처럼 위장해서 매각이익으로 처리한 것이다. 쌍용양회는 또 290억원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때 빌린 돈도 회계처리하지 않았다. 부채로 잡혀야할 자본이 회계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 없는 재고를 만드는 이유

 

재고자산도 분식회계에 많이 활용되는 항목이다. 유동자산인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높아진다. 재무적 유동성, 즉 현금동원력이 커지고 단기부채를 갚을 능력이 생긴다.

 

또 재고자산이 늘면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도 발생한다. 제조업을 기준으로 보면 비용 중 하나인 매출원가는 처음(기초)의 재고액에 노무비와 재료비 등 제조원가를 더하고 여기에 나중(기말)의 재고액을 빼 산출한다. 결국 재고가 쌓일수록 비용인 매출원가가 줄어들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은 늘어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할 유혹이 충분한 셈이다.

 

2005년 이후 분식회계가 적발된 241개 기업에서도 재고자산 부풀리기가 적지 않았다.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하거나 허위로 계상하고,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줄이는 방식이다. 모두 18개 기업이 이런 방식을 활용하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지난 8월에 적발된 넥스콘테크놀러지는 발주처 소유의 재고자산 280억원어치를 자사의 재고자산인 것처럼 회계장부와 증빙서류를 조작했다. 인쇄회로기관 제조업체인 산양전기는 2005년~2006년 사이 존재하지도 않은 재고자산 410억원치를 회계장부에 허위로 적었다. 산양전기는 증선위에서 분식회계 처분을 받은 후 다음해 곧바로 상장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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