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다면 흔히 세무사나 세무법인을 떠올리게 됩니다. 동네 세무서 주변에 가보면 많은 세무사와 세무법인 사무실들이 영업 중인데요.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는 세무사는 1만1613명, 세무법인은 476곳에 달합니다.
그런데 어떤 세무사가 잘하고, 어느 세무법인이 규모가 큰 지 알고 계십니까. 불행하게도 국민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들의 순위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세무법인들의 매출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 어떻게 집계했나
다른 전문 자격사 법인들의 공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회계법인은 매년 금융감독원에서 사업보고서를 발표하니까, 재무현황이나 사원수 등 세세한 정보가 다 나옵니다. 물론 순위도 집계가 가능합니다. 관련기사☞ 회계법인 어딜 고를까..Top30 순위 공개
법무법인(로펌)도 국내외 평가기관이나 언론 매체들이 순위를 매기고 있으니, 조금만 검색해보면 손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세무법인에 대한 정보는 꽁꽁 숨겨져 있습니다. 한국세무사회에 문의해보니, 세무법인들이 내놓지 않기 때문에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간접적인 경로가 있습니다. 바로 인사혁신처가 공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법인입니다. 공무원이 퇴직할 때 3년간 취업할 수 없는 곳을 명시해놓은 건데, 연매출 50억원이 넘는 세무법인들이 해당됩니다. 올해 34곳의 세무법인이 선정됐습니다.
이들 세무법인의 매출액을 기업 전문 평가기관인 NICE평가정보(KISLINE)와 한국기업데이터를 통해 산출했습니다. 여기에도 매출 정보가 누락되거나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요. '세무법인 다솔'과 '예일세무법인'은 평가기관에 재무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순위에서 빠질 뻔 했습니다.
다솔과 예일세무법인은 뒤늦게 재무정보 누락 사실을 파악하고, 국세청에 제출한 매출 자료를 비즈니스워치에 보내왔습니다. 다솔과 예일 측은 평가기관에도 재무정보를 수정 요청했고, 비즈니스워치의 세무법인 최종 순위에도 반영됐습니다.
# 세무법인 Top4 '다솔-하나-예일-광교'
신용평가 재무 자료를 중심으로 취합해보니, 세무법인의 '톱텐(Top10)'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세무법인 다솔'이었습니다. 매출액 490억원으로 2위인 '세무법인 하나(106억원)'를 크게 따돌렸습니다.
'세무법인 다솔'은 세무법인협회 회장 출신인 안수남 세무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기업 세무조사나 납세자의 세금 불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준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요.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임성균 회장을 비롯해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2위를 차지한 '세무법인 하나'는 세무대리업 최초로 조세연구소를 출범시켰고,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사건도 가장 많이 수임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은 최영수·김용철 세무사와 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정복·허병우·이동훈·김호업 세무사 등이 활동 중입니다.
지난해 매출 99억원으로 3위를 차지한 '예일세무법인'은 세무대 1기 출신의 임승환 대표세무사를 비롯해 국세청 요직을 지낸 김창섭·박의만·권오철·김상진·장경상·천영익 세무사가 납세자의 조세불복과 세무조사 자문 업무를 해주고 있습니다.
4위를 차지한 '광교세무법인'은 국세청 차장 출신인 이전환 세무사와 조세심판원장을 지낸 박종성 세무사,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 김영근 세무사 등 화려한 맨파워를 자랑합니다. 대표이사인 송동복 세무사는 한국세무법인협회 회장이기도 합니다.
5위에 오른 '이현세무법인(매출 85억원)'은 안만식 대표세무사를 중심으로 국세청 고위직과 세무대학 출신 실무자들이 끈끈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데요. 세우회(국세공무원 모임) 이사장 출신인 오재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 선두권 위협하는 '천지·세광'
매출 순위 6~8위 그룹도 언제든지 선두권을 넘보고 있습니다. 6위 '천지세무법인'의 매출은 81억원으로 6위와의 차이가 3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설립자인 박점식 회장은 다른 세무법인 대표들과 달리 국세청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을 지냈고, 2011년에는 회장 선거에도 출마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연간 매출 7위(74억원)를 차지한 '세무법인 세광'도 만만치 않은 맨파워를 자랑하는데요. 세무대 1기 출신인 강신성 대표를 중심으로 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 김창환 세무사와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을 지낸 백종한 세무사가 포진해 있습니다. 이밖에 상위권에 랭크된 '세무법인 명인'과 '세무법인 신화', '탑코리아세무법인', '참세무법인'도 세무대리 업계에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12위에 오른 '세무법인 티앤피(T&P)'도 주목할 곳인데요. 2년 전 국세청 조사국장을 끝으로 퇴직한 김영기 대표세무사가 대기업들의 세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준다고 업계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최근 발표된 2016년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세무법인에도 포함되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세무법인의 숨겨진 고수들
비록 신용평가 기관의 매출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인 세무법인들은 모두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세무법인 석성'에는 세무사회장을 두 번이나 지낸 조용근 회장이 있고, '세무법인 오늘'은 올해 세무사회장에 출마한 손윤 대표세무사가 이끄는 곳입니다.
'세무법인 택스세대'는 법무법인 율촌의 파트너 출신인 김종봉 세무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요. 여기엔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병·의원의 세무대리에서 강점을 보이던 '택스홈앤아웃'은 금융·증권사들과도 활발한 업무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미추홀과 가은, 신한, 아세아, 이레, 진명, 창신, 태영, 티엔비, 한맥 등도 매출 규모가 큰 세무법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나이스, 대성, 삼익, 정도, 티앤피, 중원, 택스코리아, 우덕, 이촌세무법인이 매출 50억원을 넘는 세무법인에 새로 선정됐습니다. 납세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세무법인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