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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관장의 꿈’

  • 2016.01.19(화) 15:56

조직개편으로 4·5급 세관장 자리 대폭 축소
세무서 늘리는 국세청과도 대비

일선 세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요즘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푸념이 잦아지고 있다. 아쉬움을 넘어 조직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관세청 조직개편으로 일선 세관장으로 나갈 수 있는 자리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9급 말단에서 출발한 하위직 공무원들에게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 지난해 6월19일 김낙회 관세청장이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신규채용자과정을 수료한 신입 직원들에게 계급장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관세청)

 

18일 단행된 관세청 조직개편 후 사무관급이 세관장으로 부임할 수 있던 일선 세관 6곳이 사라졌다. 의정부세관, 원주세관, 사상세관, 부산국제우편세관, 사천세관, 익산세관이 문을 닫고 이웃 세관에 통폐합됐다.

 

이들 세관은 5급 사무관이 세관장으로 부임하던 지방의 소규모 세관인데, 이번 조직개편으로 과거 세관출장소 형태처럼 기관장 없는 비즈니스센터로 개편됐다. 또 4급 서기관이 세관장으로 부임하던 곳 중에서도 부평세관, 구로세관, 고성세관, 충주세관, 통영세관이 각각 안산세관, 안양세관, 속초세관, 청주세관, 거제세관으로 흡수통합됐다.

 

관세청이 밝힌 조직개편의 명분은 업무효율화. 관세청은 "통관업무 전산화로 불필요한 인력을 떼어 FTA자문서비스 등 필요인력 확충에 재배치하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개편이유를 밝혔다.

 

민원인들 입장에선 서비스가 사라지거나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일선 공무원들에게 통폐합 같은 조직개편은 민감한 이슈다. 통폐합된 세관 개수만큼 기관장 자리가 줄어들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은 세관이 주로 사무관이나 서기관급이 나갔던 자리라는 점에서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뼈아픈 개편이다.

 

그동안 9급이나 7급에서 출발해 사무관으로 승진을 하게 되면 초임지로 일선 세관장으로 부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9급에서 출발한 말단 관세공무원이 현실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은 사무관이다. 사무관으로 승진해 일선 세관으로 나가면 '세관장님' 이라는 호칭이 부여되고, 해당 지역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선망해 온 미래이기도 했다. '세관장 출신'이라는 이력은 공직 퇴임후 관세사 등 민간영역에서 일할 때 적잖은 메리트로도 작용한다.

 

관세청 조직은 그동안 일선 세관장 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됐었다. 세관이 신설되거나 출장소가 세관으로 승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반대로 개편이 진행됐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을 상대적으로 더 키운 것은 일선 세관장 자리가 줄어든 대신, 고시 출신 고위직들이 갈 수 있는 자리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이번에 지방청급인 인천본부세관과 인천공항세관을 합쳐 통합 인천세관으로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통합 인천세관장이 고위공무원 '나'급에서,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격상됐다. 고위공무원 '가'급은 1급에 해당한다.

 

관세청은 청장 다음인 1급 고위직이 차장뿐이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1급이 2명으로 늘어났다. 행정고시 출신이 대부분인 고위공무원단이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관세청 일선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같은 과세당국인 국세청과 비교되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세청의 경우 2012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고위공무원 1급 자리로 격상되면서 1급 자리가 3개에서 4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무서 통폐합이나 폐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위직 국세공무원들의 꿈인 세무서장 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9년 99개였던 국세청 일선 세무서는 지난해 117개로 늘었고 올해 4월 광명세무서까지 신설되면 118개가 된다.

 

일선 세관의 한 공무원은 "국세청은 세무서장이 될 기회가 늘고 있는데 관세청은 하위직이 갈 수 있는 일선 세관장 자리는 없애고 사실상 행시 출신들만 갈 수 있는 고위직 자리만 늘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세청의 파워가 세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다면 세관 하위직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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