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피하려는 자와 쫓으려는 자, 그들의 두뇌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세법을 무시한 채 세무 공무원만 들볶는 납세자가 있는가 하면, 과세당국의 실수로 애꿎은 납세자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저 취득세가 너무 많이 나왔는데, 혹시 취소 되나요?"
"네, 세금 취소해 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구청 세무공무원의 말만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분명히 세금을 내지 않도록 처리해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취득세 독촉 고지서가 나온 겁니다. 과연 그녀는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요.
◇ "알았으니, 저만 믿으세요"
지난해 2월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한테 부동산 지분 전부를 물려받기로 하고, 계약서를 썼는데요. 부동산을 소유하게 됐으니까 지자체에 취득세를 내야겠죠. 그래서 법무사를 통해 구청에 취득세를 신고했습니다.
취득세 신고가 끝난 후, 법무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취득세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온 겁니다. 법무사에게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구청에 가서 직접 증여계약 해제를 신청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잠시후 그녀는 구청에 전화를 걸어서 취득세 신고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마침 담당자는 "아직 취득세 신고 접수가 되지 않았으니, 취소를 진행해주겠다"며 친절하게 답변했죠. 그녀가 여러 차례 물어봤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걱정말라며 확실한 처리를 약속했습니다.
◇ "아 몰라요. 기억 안 나요"
그녀는 5월경 한 통의 세금 고지서를 받는데요. 취득세를 왜 내지 않느냐는 구청의 독촉이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구청에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전화했다는 구청 토지정보과 담당자는 통화한 사실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요. 계약해제와 관련해 워낙 비슷한 문의들이 많아서 그녀와의 통화를 기억할 순 없다고 발을 뺐습니다.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된 그녀는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만 했습니다.
◇ 직접 가서 취소해야
원래 증여계약을 취소하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계약을 체결한 지 60일 이내에 관련 서류를 구청에 제출하면 됩니다. 그녀처럼 취득세가 아까워서 갑자기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달의 시간을 주는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세무공무원의 말만 믿고 관련 서류도 챙기지 않았고, 취득세를 피할 기회도 잃어버렸죠.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도 그녀를 구해줄 순 없었습니다.
아무리 세무공무원이 안내를 잘못했다고 해도, 세금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납세자에게 있기 때문인데요. 대법원에서도 공무원은 민원인을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세무 공무원도 100%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