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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불법으로 술을 사는 몇가지

  • 2016.04.12(화) 17:38

 
다음 중 합법적으로 가능한 일을 모두 고르시오.
① 인터넷 쇼핑몰에서 와인을 구매한다.
②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맥주를 집으로 배달시킨다.
③ 동네 슈퍼에 전화해서 소주를 집으로 배달시킨다.
④ 치킨집에서 치킨과 생맥주를 배달시킨다.
⑤ 수제맥주집에서 남은 맥주를 포장해 온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퀴즈부터 하나 내 봤습니다. 정답을 찾으셨나요?

정답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섯가지의 구매방법 중에 합법적으로 가능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정답을 찾기 어려웠을텐데요. 이유는 불법적인 이들 방법 중 일부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들이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치킨집에서 생맥주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곳이 분명히 존재하고요.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도 고량주나 소주 등을 함께 주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불법임을 알고 배달을 거부하는 곳도 있지만 되는 곳도 분명히, 또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 영세사업자들이다 보니 국세청이 이잡듯이 뒤지진 않지만 불법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세청이 인터넷으로 와인을 판매한 사업자들을 무더기로 적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치맥(치킨+맥주) 배달도 불법인데 왜 안잡냐는 지적부터, 전통주는 통신판매가 허용되는데 왜 와인은 안되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제의 출발은 판매되는 제품이 '술'이라는 데 있습니다.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판매와 소비에 대한 규제가 많은 제품입니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그 유해성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원칙적으로 술의 '통신판매'는 금지돼 있습니다. 대면판매, 즉 얼굴을 보고 판매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다거나 전화해서 배달해달라고 하는 것이 불법인 이유입니다. 실제 대형마트의 배달, 택배서비스를 해주는 이마트몰이나 롯데마트몰에서 술은 검색도 되지 않습니다. 판매를 할 수 없으니까요. 인터넷쇼핑몰을 통해서 와인을 판매했다면 당연히 불법으로 처벌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주류 검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단, 전통주는 예외적으로 통신판매가 허용되고 있는데요. 그것도 일반적인 00막걸리 등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안동소주, 문배주, 한산소곡주 등 국세청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은 곳만 해당이 됩니다.

전통주 보존의 차원에서 마련된 조치인데요. 전통주는 1999년부터 방문판매가 허용됐고, 2010년부터는 통신판매가 추가로 허용됐습니다. 통신판매라고 해서 인터넷에서 맘대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전통주 제조자에게 허용된 1개의 홈페이지, 그리고 우체국 전통주 판매전용사이트,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전통주 전용 홈페이지 등에만 살 수 있습니다.

다시 퀴즈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맥주의 포장은 왜 안될까요? 새로 사는 것 외에 먹던 것이 남아서 싸간다는 정도도 허용이 되지 않는데요. 이것은 술의 소비장소에 대한 규제때문입니다.

주세법과 국세청의 주세사무처리규정에는 유흥음식업자나 소규모 맥주제조업자(수제맥주집) 등은 '영업장 내에서 마시는 고객'에게만 술을 팔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영업장 내에서만 마실 수 있고, 싸들고 가는 건 안된다는 거죠. 술은 'TAKE OUT' 금지품목입니다.


혹시 술에 대한 규제가 너무 세다고 생각하시나요? 여기서 잠깐, 다른 나라는 어떤지 둘러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판매시간에 대한 규제가 확실합니다. 2011년 기준 14개 주에서 일요일에 주류판매점의 주류판매를 금지하고 있고요. 텍사스주는 주중에는 오전 7시~자정까지만 판매를 허용하고, 일요일에는 정오부터 자정까지만 판매가 허용됩니다.

영국에서는 필요에 따라 심야주류판매 금지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공공장소 등 '음주금지구역'도 존재하고요.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어른이 주류를 구매하겠다고 하면 판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치킨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치킨을 먹으면서 어른들은 맥주를 곁들이는 우리동네 풍경과는 사뭇 다르죠? 영국에서는 복수구매 할인판촉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4캔을 묶어 1만원, 이런 판매를 못한다는 거죠.

심지어 호주는 취한 사람에게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요. (취하려고 먹는 거 아니었나요? ㅠㅠ) 취한 사람은 술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취한 사람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 최종 판매점의 책임을 무겁게 하고 있죠.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판매시간과 판매장소까지 제한하고 있는 건데요. 사실상 배달(택배)만 규제하고 있고, 그마저도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는 우리보다는 훨씬 강력하죠.

국세청은 현실적이지 못한 치맥배달 규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는데요. 지난 2월에 치킨 프랜차이즈 업자들을 만나서 교육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합니다.

규제가 심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한가지 더 생각할 게 있는데요. 술을 여기저기서 쉽게 팔고, 쉽게 살 수 있게 될 경우 이득을 보는 곳이 어디인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술이 많이 팔리면 좋은 곳? 어딜까요?

물론 소비자들도 술값이 싸지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술을 싸게, 또 많이 먹게 됐다고 해서 좋아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특히 자녀를 둔 분들이라면 인터넷으로 손쉽게 술을 구매하게 되거나 집에서 쉽게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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