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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보이·와인택배·치맥배달, 허용과 불허 사이

  • 2016.04.21(목) 09:30

맥주보이는 허용, 치맥축제는 현행법으로도 가능
와인택배 일부만 허용, 치맥 배달은 허용 고심중

때아닌 술 규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당연한 줄 알았던 와인택배가 불법이었으며, 치맥(치킨+맥주) 배달 역시 하면 안 되는 불법행위라는 사실이 새삼 미디어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맥주 보이'(생맥주를 통째 둘러업고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불법으로 낙인을 받으면서 뭐 이런 규제까지 있냐는 볼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제는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규제다. 규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방치하다 보니 법을 어기는 행동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됐고, 뒤늦게 규제를 적용하자니 황당한 대못 규제라는 비판까지 따라왔다.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규제를 현실화하기로 했지만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부작용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결과적으로는 두 토끼를 다 잡으려다보니 어정쩡한 해법도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된 술 규제와 관련된 몇 가지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 맥주보이는 왜 허용했나

야구 경기장 관람석 내에서 생맥주를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 이른바 '맥주보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이 허용 불가 방침을 세웠다가 최근 허용으로 돌아섰다.
 
우선 맥주보이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보자. 맥주보이는 각 구장 내의 치킨 및 맥주 판매점이 공격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한 판매방식이다. 구장 통로에 있는 자신의 매장뿐만 아니라 관람석이 있는 경기장 내에서도 실시간으로 생맥주를 판매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맥주통을 짊어지고 다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주세법에서는 주류 소매판매장의 경우 매장 내에서 소비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구장 통로 매장의 범위는 야구장 전체가 아니지만 맥주보이는 사실상 야구장 전체를 자기매장화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야구장 내 생맥주 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제한된 야구장 내에서 입장객을 상대로 고객의 편의를 위해 현장판매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낸 것이다. 이는 법이 바뀐 게 아니라 법의 해석을 달리한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유권해석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
 
# 캔맥주는 되고 생맥주는 안되나

논란이 되는 것은 주로 생맥주다. 왜일까?
 
병맥주나 캔맥주는 용기에 주입된 상태로 각종 허가와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사서 들고 나가도 문제가 없지만, 생맥주는 현장에서 탄산과 섞어서 컵 등에 직접 주입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허용된 범위 외에서 판매하는 것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완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제조로 보기 때문에 주세법뿐만 아니라 식품위생법까지 적용받는다.

월미도 치맥축제에 찾아왔다는 수천명의 중국관광객들이 치킨과 함께 생맥주 대신 캔맥주를 즐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지자체가 하는 지역축제의 경우 현행법 체계에서도 생맥주 야외판매가 가능하다. 식품위생법과 주세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임시매장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매장에는 국세청이 주류판매를 자동적으로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 3월에 치맥축제를 열면서 관계 기관의 확인 하에 치킨과 함께 생맥주를 팔았다. 인천시가 주최한 월미도 치맥파티는 이 규정을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축제장에서의 생맥주 판매 허용과 야구장에서의 생맥주 판매 허용은 내용면에서 차이는 있다.
 
지역축제장은 임시지만 그 구역 전체에서 판매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업자등록이 된 것이고, 야구장 객석판매는 사업자등록이 된 구역을 벗어나 판매하는 것인데 정부가 법률을 확대해서 유권해석을 내려준 것이다.
 
 
# 와인택배는 반쪽 허용

국세청은 와인 택배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와인택배는 올 초 국세청이 인터넷으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는 사업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논란이 됐다. 주류는  '대면판매', 즉 얼굴을 보며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고, 전화나 인터넷상으로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장을 볼 수 있는 대형마트 온라인 매장에서도 술은 판매하지 않는 이유다.
 
국세청은 선물판매에 대한 불편 해소 등의 이유로 택배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매자가 매장을 직접 찾아와 구매하고, 제품을 수령할 곳만 알려주면 택배 배송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택배판매를 허용하면서도 대면판매의 원칙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규제완화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와인판매는 인터넷이나 전화상으로 구매주문을 하면 택배로 배송해주는 방식인데, 구매자가 매장을 직접 찾아와야만 택배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와인택배의 법적 허용에는 시일도 상당히 소요된다. 주세법 등 법률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법안이 만들어지고 국회를 통과해야만 적용이 가능하다. 그 전까지는 지금과 같이 불법이지만 판매가 허용되는 이중적인 구조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 치맥 배달도 허용할까
 
와인 택배가 일부 허용되면서 치맥 배달의 허용여부도 관심이다. 
 
치맥 배달은 와인택배와 맥주보이의 규제를 모두 적용받는다. 판매장소 제한과 통신판매 금지의 규제를 모두 어기는 행동이다.
 
치킨을 시키면서 생맥주를 함께 배달해 주는 관행은 매장 내에서 직접 마시는 고객에게만 주류를 판매하도록 하는 장소제한의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이고,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화로 주문하기 때문에 통신판매 금지 행위에 해당된다.
 
정부는 맥주보이와 일부 와인택배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치맥 배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식품안전이나 주류관리 외에도 청소년에 대한 판매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업 소매사업자들이 전화상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배달주문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배달 현장에서 신분증을 검사해 청소년 등을 구별해 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국세청 등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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