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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워치]②-1 베일에 가린 75% 허술한 25%

  • 2018.01.29(월) 09:06

전체 공익법인중 25%만 결산서류 공시.. 나머진 깜깜이
공시해도 허점... 기부금횡령 새희망씨앗 사례가 증명
외부회계감사 받고 전문 공개하는 곳은 2.2% 불과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75%는 베일에 가려져있고 그나마 드러난 25%도 온전히 믿을 순 없다."

 

우리나라 기부단체(공익법인)의 정보공개 투명성 수준은 이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국세청과 한국가이드스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공익법인(국세통계 2016년말 기준)은 총 3만3888개다.

정부는 공익법인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로 결산서류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상속세법(50조의3) 및 시행령(43조의3)에 따라 자산총액 5억원 미만 또는 해당 과세연도 수입(기부금·보조금 등) 3억원 미만은 공시의무가 면제된다. 종교법인도 자산·수입 규모와 관계없이 공시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3만3888개 중 실제 결산서류를 공시하는 공익법인은 8993개(국세청 홈택스 2017년 공시법인)이다. 전체 공익법인의 26.5%만 결산서류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대다수 공익법인이 결산서류를 공시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다.


자율에 맡기다보니 공시를 하지 않는다. 통계로 확인 가능하다. 최근 3년간 전체 공익법인중 결산서류를 공시한 비율은 ▲2015년 27.4% ▲2016년 24.7% ▲2017년 26.5%로 전체의 4분의1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ty201@


 

결산서류를 공개하지 않는 공익법인들이 모두 기부금을 함부로 사용한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정보공개 수준이 불투명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공익법인은 스스로 돈을 벌어다 쓰는 집단이 아니라 십시일반 후원을 받고 정부로부터 세제혜택도 받는 곳이기에 일반 영리기업보다 더 높은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 영리기업은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존립기반이 무너지지만 돈을 벌지 않는 비영리 공익법인은 투명성이 곧 존립기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진 75% 문제뿐 아니라 결산서류를 공시하고 있는 25%도 따져봐야한다. 공시 내용과 검증 모두 허술하다. 

국정농단의 무대가 된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128억원 기부금 횡령 사건을 일으킨 사단법인 새희망씨앗도 결산서류를 공시하는 곳이었다.

새희망씨앗은 국세청에 제출한 2016년도 결산자료를 통해 대중모금과 기부금품 모집으로 총 21억4617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이중 20억1883만원을 지역아동센터 지원과 장학금 사업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8명의 직원 인건비와 관리비는 4908만원만 사용했다. 결산자료만 보면 직원들은 박봉을 받으며 고생하면서 총수입의 95%에 육박하는 금액을 공익목적사업에 쓰는 훌륭한 곳이었다.

공익법인 사이에선 총수입의 15% 수준에서 일반관리비를 지출하고 나머지 85%는 본래의 공익목적에 맞게 쓰라는 가이드라인이 통용된다. 새희망씨앗은 '서류상'으로는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수준의 공익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였지만 문제는 그 서류가 거짓이었던 것이다.

새희망씨앗처럼 마음먹고 속이려 들면 어떠한 제도도 무용지물이지만 현행 제도상으로도 허점은 있다.

우선 결산자료 작성 기준이 제각각이다. 공익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직원의 인건비와 인사·재무 등 일반적인 법인관리직의 인건비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모금활동과 시설유지·관리에 쓴 돈을 각각 어느 계정에 반영할 지 기준도 없다.

이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 새로운 공익법인 회계처리 기준안을 마련해서 사용토록 했기 때문에 자료 작성의 통일성은 점차 모습을 갖춰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희망씨앗은 자료 작성 기준이 모호해서 발행한 일이 아니라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새희망씨앗이 제출한 결산자료는 자체 작성한 것이다. 제3자인 외부감사인에게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 다른 대다수 공익법인도 마찬가지다.

상속세및증여세법에 따라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공익법인은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곳은 2016년 기준 전체 공익법인 3만4743개 중 1992개(종교·학교법인 제외)이다. 5.7%에 불과하다.

특히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공익법인조차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1992개중 933개(46.8%)만 외부감사자료가 있고 절반이 넘는 1059개(53.2%)는 감사자료가 없다. 

 

감사자료가 있는 933개에서도 `반전`은 이어진다. 767개만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공개한다. 나머지는 표지 등 일부만 공개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공익법인 3만4743개중 단 2.2%(767개)만 제3자가 수입·지출내역을 들여다봤고 그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외부회계감사를 받아도 뒤늦게 분식회계가 드러나는 일반기업의 현실에 비춰보면 투명성이 생명인 공익법인의 결산자료는 '깜깜이' 그 자체다.

후속기사인 [기부금워치]②-2에서는 공익법인 정보 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해외사례를 통해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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