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개혁특위)가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을 중심으로 한 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보유세 개편방향도 좁혀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개혁특위가 발표한 네 가지 개편방안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재정개혁특위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과 세율 인상을 조합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4가지를 발표했다.
▲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1안은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10%씩 100%까지 인상하는 방안이고 2안은 종부세율만 인상한다. 과세표준 6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0.5%)은 유지하되 6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의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3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2~10%포인트씩 올리고 세율도 함께 인상하는 내용이다. 4안은 1주택자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만 단계적으로 올리고 다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절충안이다.
※종부세는 주택의 경우 과세표준 6억원(1주택자는 9억원) 초과분에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산출하고 과세표준에 따라 0.5~2%까지 누진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이에 대해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모두 올리는 3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10% 단계적으로 인상한들 현행 세율이 누진도가 낮아 이 비율만 높이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더불어 세율의 누진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선화 한국지방세연구원 특례연구센터장은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올리는 1안으로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명목세율이나 누진구간을 조정하기보다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하는 게 맞다"며 "종부세율을 올리면 재산세 조정에 대한 논의도 나올 텐데 이 구간에 해당하는 납세능력을 고려했을 때 세율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부세율만 조정하는 3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했다. 안 연구위원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인 반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 머물러 있어 재산세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개선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세율 인상은 점진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토론자들은 재정개혁특위의 개편방안에 빠져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부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현재 고가주택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30~40%로 서민 아파트의 시세반영률 70~80%에 비해 많이 낮다"며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 다만 공시가격 발표 이후 연중에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 것인지 목표를 정해놓고 점진적인 달성방안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재정개혁특위 위원인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공시가격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공시가격 인상률이 실거래가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다. 최근에도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갔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특위가 납세자들의 부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정개혁특위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권고안을 마련해 내달 3일 전체회의를 거쳐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위 권고안을 반영해 7월 중으로 보유세 개편 최종안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