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누군가 피운 담배 연기에 눈살을 찌푸린 적 있나요. 곳곳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흡연자들은 흡연갑질로 손가락질 받고 야만인 취급을 당하기도 하는데요. 담배를 피우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국가 재정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바로 세금 때문이죠. 흡연자는 과연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편집자]
흡연자들에게 2015년 1월은 고통의 달로 기억됩니다. 2500원짜리 담배가 하루 아침에 45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죠. 두 갑 살 돈으로 한 갑 밖에 못 사게 된 겁니다.
갑자기 담뱃값이 오른 이유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을 대폭 올렸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한다는 미명 하에 소리 안
나는 증세를 택한 거죠.)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했고 기존에 부과했던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도 더 받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국민건강증진기금과 폐기물부담금을 늘리고 2007년 폐지했던 연초생산안정화기금까지 부활했죠.
이후 상당수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갈아타자 지난해 말부터 전자담배 세금도 올렸습니다. 그래서 전자담배 가격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한 갑에 4500원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담배에는 세금이 얼마나 붙을까요. 일반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3300원 수준입니다. 담배에 고정적으로 붙는 세금(개별소비세·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은 2914원이며 출고가격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조금씩 다르게 매겨집니다.
소비자가격 4500원짜리 레종·말보로·던힐에는 3323원의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담배 한 갑 가격의 74%가 세금인 셈이죠.
세금 중에는 담배소비세가 1007원으로 가장 많고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출고가격의 10%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는 409원을 냅니다. 여기에 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부담금 2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 5원이 추가로 붙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디스(4000원)와 디스플러스(4100원)도 담배 자체에 붙는 고정적 세금(2914원)은 똑같습니다. 다만 디스에는 부가가치세 364원, 디스플러스에는 373원이 붙으면서 최종 세금·부담금으로 각각 3278원과 3287원씩 내게 됩니다.
소비자가격 대비 비중은 디스가 82%로 가장 높고 디스플러스는 80% 수준입니다. 레종·말보로·던힐 등 4500원짜리 담배보다 가격은 저렴해도 세금 비중은 훨씬 높죠. 담배회사의 마진이 적고 원가도 그만큼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 갑에 5000원짜리 에쎄 스페셜 골드는 소비자가격 대비 세금이 67%에 불과합니다. 4000원짜리 디스와 마찬가지로 고정 세금은 2914원이며 부가가치세로 455원이 붙게 되면서 최종 세금·부담금은 3369원이 됩니다. 즉 담배의 소비자가격이 비쌀수록 세금 비중은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요즘 많이 피우는 글로와 릴,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세금 비중이 작은데요. 4500원짜리 전자담배에는 2595원의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자담배의 세금·부담금은 같은 가격의 일반담배보다 11% 낮은 수준입니다.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는 897원으로 일반담배보다 110원 적고 개별소비세와 지방교육세도 각각 529원과 395원으로 일반담배보다 65원·48원씩 적게 냅니다. 건강증진부담금은 750원으로 일반담배에 비해 91원을 덜 냅니다. 폐기물부담금은 똑같이 24원이지만 연초생산안정화기금(일반담배 5원)은 내지 않습니다.
소비자가격에서 세금·부담금을 제외한 원가와 유통마진은 1496원으로 같은 가격의 일반담배(1177원)보다 319원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