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바이오 업계는 사업 모델 여부에 따라 실적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과 같이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로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바탕으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휴젤과 같이 피부미용(에스테틱)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안정적인 소비 수요를 기반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플랫폼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바이오텍들은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HLB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임상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와 기술료 유입 공백이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과 상업화 이전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 간 체력 차이가 1분기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셀트·SK바팜, 성장세 주도
21일 비즈워치가 주요 바이오 기업 11곳(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파마리서치·휴젤·알테오젠·메디톡스·리가켐바이오·HLB·ABL바이오)의 올 1분기 실적을 집계해보니 전체 매출 규모는 3조2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5663억원 보다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영업이익도 6940억원에서 1조218억원으로 47%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며 전체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571억원, 영업이익 5808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35% 성장했다. 이 같은 성적은 전통의 제약기업의 같은 기간 실적과 비교해봐도 눈에 띄게 큰 수치다. 제약사 가운데 올 1분기 매출 '탑(Top)'을 기록한 유한양행의 실적은 매출 5268억원, 영업이익 88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독보적인 실적 성장은 1~4공장 가동률 상승과 고수익 바이오의약품 생산 확대 영향이 컸다. 대규모 생산시설 기반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특성상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의 직판 체제 안착 효과가 나타났다. 1분기 매출은 1조1450억원, 영업이익은 3219억원으로 각각 36%, 115% 증가했다. 램시마·유플라이마 등 주요 제품의 글로벌 판매 확대와 합병 이후 원가 구조 효율화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단순 제품 출시를 넘어 직접 판매망을 구축한 전략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 효과를 톡톡히 봤다. 1분기 매출은 2279억원으로 전년 동기(1444억원) 대비 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7억원에서 898억원으로 250% 급증했다. 미국 처방 확대에 따라 세노바메이트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실적 갈린 에스테틱 Vs 신약 개발사
에스테틱 기업들의 성장세도 이어졌다. 파마리서치는 1분기 매출 1461억원, 영업이익 5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1169억원, 영업이익 447억원) 대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 주력 품목인 리쥬란 중심의 스킨부스터 수요 확대와 해외 매출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다.
휴젤 역시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의 해외 수출 증가에 힘입어 매출 1166억원, 영업이익 476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매출 898억원, 영업이익 390억원) 대비 호실적을 냈다. 메디톡스도 매출 607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640억원, 영업이익 55억원)와 비교해 외형은 소폭 줄었으나 이익은 늘었다.
반면 연구개발 및 플랫폼 기술 중심 바이오텍들은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 비용 집행과 기술료 유입 시차로 인해 손익 압박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매출 1686억원으로 전년 동기(1546억원) 대비 외형은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은 151억원에서 445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신규 백신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 비용이 집중된 영향이다.
알테오젠은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일회성 기술료 인식 시차 등으로 인해 매출이 작년 1분기 837억원에서 올해 1분기 71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10억원에서 393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리가켐바이오 역시 기술료 감소와 주요 ADC(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들의 글로벌 임상 비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매출은 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7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HLB는 매출 187억원, 영업손실 23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고,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임상 확대 여파로 매출은 131억원으로 전년동기 22억원보다 늘었으나 영업손실 172억원을 내며 전년동기 290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ADC, 면역항암제 등 차세대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임상 가속화에 따른 자금 투입이 단기 손익에 반영된 영향이다.
바이오업계, 수익 회수기와 투자기 교차
CDMO·바이오시밀러·자체 신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선두 기업들은 생산 효율 개선과 판매 확대를 기반으로 빠르게 실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자체 매출을 바탕으로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연구개발(R&D) 자금까지 스스로 조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면서 신사업 투자 여력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에스테틱 기업들 역시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수출 확대 등 피부미용 제품 중심의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며 바이오 업계 중위권을 지탱했다.
반면 기술수출과 플랫폼 연구개발 중심의 후발 바이오텍들은 상업화 이전 단계에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다. 기술료 유입 시점에 따라 실적 변동성도 큰 만큼 단기적으로는 손익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DC, 이중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플랫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초기 기술이전 성과를 넘어 후속 임상 데이터 확보와 추가 기술수출, 파트너사 임상 진전 여부까지 연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점이 후발 바이오텍 기업들의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