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자동화 넘어 판단'…대웅제약 스마트팩토리 가보니

  • 2026.05.18(월) 07:10

연중기획 [AX인사이트 3.0]
오송공장, 자동화 공정에 AI 기술 더해
생산효율·관리수준 'UP', 자율운영 목표

수만 개의 알약이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며 이동한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충북 청주시 오송의 대웅제약 스마트팩토리에선 원료 입고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유기적으로 기계가 돌아가며 약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 여느 공장과 다르지 않다. 자동화가 그나마 눈길을 끄는 정도. 관계자에 따르면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공장 설비 전반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공정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설계 등 연구개발(R&D) 영역의 '치트 키(cheat key)'로 AI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반면 생산 현장에서는 AI의 활용이 다소 더딘 편이다. 의약품 생산은 단 한 번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데이터 무결성과 공정 안정성이 핵심인 만큼, 대다수 기업은 검증된 기존 방식을 유지하며 신기술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웅제약은 생산 현장에 AI를 선제적으로 접목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송공장의 자동화 기반 공정 시스템 위에 AI 기술을 더해 생산 효율과 품질 관리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스마트팩토리에 적용된 AI, 문제 사전 대응

오송공장은 원료 입고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을 IT 기반으로 연결한 스마트팩토리다. 자동화 설비와 품질운영시스템(QMS)을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인위적 오류를 최소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서 공장은 단순 실행 중심의 자동화를 넘어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오송공장에는 자동창고(ASRS), 무인운반차(AGV), 자동화 시스템 제어장치(PLC) 기반 설비 등 다양한 자동화 인프라가 구축돼 있으며, AI는 이들 설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학습해 이상 탐지와 운영 최적화에 활용된다.

적합한 정제만 선별하기 위해 제품을 검사하는 자동화 공정. 대웅제약 오송 스마트팩토리는 AI를 통해 공정 설비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품질을 높이고 있다. /영상=대웅제약

대웅제약 오송 스마트팩토리를 총괄하는 이전평 센터장은 "제약업계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사후 관리 방식이었다면, 지금 대웅제약은 데이터 기반으로 사전에 대응하는 체계로 전환됐다"며 "오송공장은 AI 기반 예지보전 시스템을 도입해 설비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돌발 고장을 예방함으로써 생산 연속성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데이터 엑셀 입력 작업 시간, AI로 대폭 줄여

품질관리(QC) 영역에서도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오송공장 QC팀은 AI 기반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해 미생물 동정 자동화 추적 시스템(AMTS)을 자체 개발했다. 

기존에는 연간 5200건 이상의 균 동정 데이터 관련 입력 관리 공수시간에 약 416시간이 소요됐지만, AI를 활용한 이후부터는 약 52시간 수준으로 줄어들며 약 87%의 공수 절감 효과를 거뒀다.

단순한 시간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입력 과정에서 발생하던 오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데이터 추적성을 높이면서 품질 관리 수준도 함께 끌어올렸다. 

이 센터장은 "이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QC 인력이 보다 핵심적인 품질 판단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QC 담당자가 필요한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최적의 업무 처리 방안을 제안받을 수 있도록 사내 품질 문서를 학습한 AI 기반 업무 지원 챗봇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AI 도입·활용 핵심 '데이터 인프라'

AI 도입의 성패는 결국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제약 공장은 생산(MES), 품질(QMS), 실험(LIMS), 물류(WMS), 경영(ERP) 등 다양한 시스템이 분산 운영되고 있어 데이터 통합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데이터 간 연계 부족과 표준 부재, 정합성 확보 문제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송공장은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조직 내 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문서 작성·커뮤니케이션부터 AI 에이전트 활용, 업무 자동화, 바이브 코딩·AI 앱 빌딩까지 직무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AI·디지털 분야 전문 인력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 센터장은 "AI는 결국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와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데이터 표준화와 거버넌스 체계를 먼저 구축하고,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단계적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AI 기반 자율 운영 공장 진화

대웅제약은 궁극적으로 오송공장을 '자율 운영 공장(Self-Optimizing Factory)'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 오송 스마트팩토리는 자동화 설비와 IT 기반 시스템이 결합된 물류 공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공정 운영을 최적화하며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영상=대웅제약

현재는 선별기 비전 이미지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불량 분석, 스카다(SCADA, 원거리에 분산된 설비를 중앙에서 실시간으로 감시, 제어)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연간품질보고서(APQR) 자동화 등 개별 AI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공정·품질·설비 데이터를 통합한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공정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 운영 조건을 스스로 도출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기존의 개별 시스템을 넘어 공정 데이터, 품질 데이터, 설비 데이터를 통합한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공정과 품질을 하나의 예측 가능한 구조로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생산 공정의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의 운영 조건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 AI 기반 자율 운영 스마트팩토리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