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편의점 창업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편의점 신규 출점 거리 제한을 50~100m로 정하면서 상권이 좋은 곳에 새로 점포를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반면 기존 점포를 폐점하거나 폐점 후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기는 쉬워진다. 폐점 시 점주가 내야 하는 위약금 부담이 줄어드는 덕분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브랜드 간 '점포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편의점 본사 입장에선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는 만큼 다른 브랜드 점포를 유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을 두고 정부의 반시장 조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존 점주들의 권한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새로 창업하려는 이들의 입장에선 불합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담배 판매권 기준으로 신규 출점 거리 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편의점 과밀화 해소를 위해 심사를 요청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자율규약에 참여하는 편의점은 CU와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씨스페이스 등 총 6개사로 전체 편의점의 96%에 달한다.
공정위가 내놓은 자율규약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 점포를 개설할 때 인근에 경쟁사 편의점이 있으면 담배 판매 거리 제한을 지켜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 담배 판매 거리 제한은 50~100m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50m로 제한하고 있는데, 조만간 이를 100m로 늘릴 예정이다.
이미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방안으로 편의점 창업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대부분 기존 점포가 들어서 있는 데다 이를 피해 100m 정도 거리를 두고 신규 편의점을 낼 경우엔 아무래도 매출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 폐업은 쉽게…브랜드 전환 경쟁 가열 가능성
공정위는 이와 함께 기존 점주들의 폐업 부담은 줄여주기로 했다. 점주가 경영 악화로 폐업을 희망할 경우 위약금을 낮추거나 면제하도록 했다. 그동안 일부 편의점주는 장사가 안돼도 폐점 시 위약금을 내야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그만큼 편의점 시장의 과밀화는 다소 완화할 전망이다.
다만 폐업이 쉬워지면서 브랜드 간 점포 영업 경쟁은 가열될 가능성이 커졌다. 점주 입장에서는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되는 브랜드로 전환을 원할 경우 폐업 신고를 한 뒤 새로 다른 브랜드와 계약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사 입장에서도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는 탓에 경쟁사의 점포를 전환하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 규약에 따르면 브랜드 전환의 경우 신규 출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 이마트24 등 후발주자 타격…'차별 규제' 지적도
편의점 업계는 일단 이번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대형 편의점 본사들의 경우 최근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는 점포당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점포 수가 1만 개를 훌쩍 넘어선 BGF리테일(CU)과 GS리테일(GS25)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당장 점포 수를 늘려야 하는 후발주자들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업계에선 최근 공격적으로 출점전력을 펼쳐온 이마트24의 경우 이번 방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강하게 추진한 방안이라 어쩔 수 없이 참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방안이 차별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점주들의 권한을 보호하려다 보니 신규 진입자 입장에선 되레 지나치게 문턱이 높아지는 꼴이 됐다"며 "결국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