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하다. 지난 2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2019 상반기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에 초청된 정부기관 공무원들의 행태가 그렇다.
이 워크숍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회원사와 자율준수관리자 및 CP담당자를 대상으로 1년에 2번에 걸쳐 상반기와 하반기에 개최하는 제약업계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그동안 만연했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제약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서는 행사여서 그 의미도 남다르다.
특히 이번 워크숍엔 제약사 직원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석해 그 의지를 실감케 했다. 무려 90여 제약사에서 2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행사장 좌석이 부족해 기자석에 함께 앉거나 긴급하게 의자를 조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초청된 정부 관계자들의 자세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던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20분간 '약무정책 동향'을 주제로 발표가 예정돼 있었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이 시간을 질의응답으로 때웠다.
답변 역시 대충 얼버무리는 식이 많았다. 실제로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제약사에만 책임을 묻는 현 제도를 의약품유통업체(도매상)와 CSO(의약품영업대행업체)도 함께 처벌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제약업계가 환영할만한 중요한 정책 이슈인데도 일부 제약사 담당자들은 나중에서야 무슨 얘기가 나왔냐고 되묻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과장급 공무원이 섣불리 정부측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기 어려운 위치일 수는 있다. 하지만 길지도 않은 20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제약업계의 요구사항을 짚어주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건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뿐만이 아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보호보상정책과 사무관은 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과 함께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 신고자들에게 지급된 포상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제보한 신고자가 10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공익신고로 10억원을 넘게 지급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는 올해 초 병원 불법 담합 신고자에게 역대 최대 금액인 6억 9224만원을 지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10억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은 또 뭘까.
행사가 끝난 후 포상금 10억원의 출처를 찾고 있을 때 동료 기자가 해당 발표자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한 결과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발표 자료는 다른 부서에서 받았고 확인해보니 10억원은 추정금액이고 실지급액은 1억원 수준이라는 설명이었다. 사실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례를 발표한 셈이다.
정부기관 공무원들이 산업계와 소통하기 위해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건 당연히 장려할 일이다. 각자 해당 업무에 바빠 발표 자료가 미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최 측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요구하면 혹여나 앞으로 업계 행사엔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까 섣부른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