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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바이오'가 다 했다…중심 바뀌나

  • 2021.08.10(화) 16:09

[워치전망대]역대 최대 2분기 실적
식품 부문은 '주춤'…바이오가 '견인'
'레드 바이오' 진출…사업구조 전환 관심

CJ제일제당이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은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제일제당이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력 분야인 식품 사업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바이오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천랩'을 인수하며 3년만에 제약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이 건강기능식품·신약 등 다방면에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공룡'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식품 끌고, 바이오 밀었다

CJ제일제당은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6조3092억원, 영업이익 46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 영업이익은 22% 늘었다.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의 실적을 제외한 개별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3조755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개별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37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식품 사업은 다소 정체됐다. CJ제일제당 식품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2조2126억원, 영업이익은 3% 증가한 1299억원이었다. 물류비 등 부담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강도 높은 수익구조 개선 작업, 비비고·햇반 등 핵심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2분기 실적 추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채널 다각화도 힘을 보탰다. CJ제일제당 가공식품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23% 늘었다. B2B(기업간거래) 매출도 같은 기간 9% 증가했다. 그 결과 온라인·B2B·편의점 등의 매출 비중이 30%를 넘어서며 성장 경로가 다각화됐다. 해외 매출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저 부담과 환율 하락 악재에도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비비고 만두가 미국 시장점유율 1위(38%)에 오르고, 일본·중국 등에서 K-푸드가 높은 인기를 얻은 데 힘입었다.

더불어 바이오 사업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은 2분기 매출 9176억원, 영업이익 193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3.5%, 74.8% 증가했다. 이처럼 바이오 사업이 성장한 배경으로는 △글로벌 생산거점 다각화를 통한 원재료·물류 비용 상승 대응 △기술마케팅 차별화 등이 꼽힌다. CJ피드앤케어(사료·축산)는 첨단 방역 대응 및 고부가가치 양어사료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19% 증가한 62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바이오 3각 편대' 구성 마쳐

CJ제일제당은 향후 바이오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CJ제일제당은 PHA(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화이트 바이오', 아미노산 등 식품소재·첨가물을 만드는 '그린 바이오'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제약(레드 바이오) 분야의 천랩까지 인수하며 3대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췄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ata)'와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를 다뤄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시장은 초창기지만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성장 추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CJ제일제당은 천랩 인수로 3년만에 바이오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한 바 있다. 천랩 인수를 두고 일각에서 CJ헬스케어 매각이 '실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CJ헬스케어와 천랩의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이 치밀한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CJ헬스케어는 제약 전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였다. 반면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에 특화돼 있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인수 이전에도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을 보여 왔다. 2019년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메디톡스에서 레드 바이오 담당 홍광희 상무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MD헬스케어에서 서울대 의학 박사 출신의 유신영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에 최적화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다. 

'시너지'에 만족할까, 사업 방향 바꿀까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건강기능식품 등 CJ제일제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인체 내 미생물·유전자를 연구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에 최적화된 원료를 개발할 수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이 '맞춤형 건강식' 등에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다면 시장 내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건강사업 CIC(Company In Company)'로 독립시켰다. 지난해 10월 식품사업부 내에서 건강기능식품 조직을 사업부로 승격시킨 지 반년만이다. CIC는 '회사 안 회사'라는 의미로 분리 운영되는 별도 조직이다. 영업·마케팅·R&D(연구개발)·생산 등 관련 기능을 모두 갖췄다. 상품 개발 등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최소화해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CJ제일제당 건기식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최종 목표인 '제약 사업'의 성공은 아직 미지수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미래 가치가 높다는 분석은 많다. 하지만 관련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다. 미국·영국 등에서 몇몇 제품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CJ제일제당 역시 레드 바이오 시장 공략을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육성하겠다는 '밑그림'만 그려놨을 뿐이다.

다만 CJ제일제당은 제약 사업을 진행한 경험과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비해 자금력도 충분하다. 때문에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개발·임상 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다면 CJ제일제당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이오 사업 육성을 '선택'한 CJ제일제당이 '바이오 공룡'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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