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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1위' 프레시지, 상장 미루는 속내

  • 2021.09.08(수) 16:43

밀키트 스타트업 상장 준비…상장 적기
프레시지, 내실이 먼저…투자 유치 계속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밀키트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온 스타트업들이 상장에 나서고 있다. '테이스티나인'은 HMR(가정간편식)·OEM(주문자위탁생산) 사업과 영업이익 흑자를 내세워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마이셰프'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자동화 공장 건설 등에 주력하고 있다. 밀키트 사업의 약점인 노동집약적 구조를 탈피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시장 1위 '프레시지'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표면적 성과보다 내실다지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프레시지는 신성장동력으로 대체육 등을 점찍고 밀키트를 넘어 가공식품 전반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성장하는 지금이 상장 적기

테이스티나인은 HMR 스타트업 최초의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 상장 시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다. 테이스티나인은 삼성증권과 신영증권을 공동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홍보대행사를 선임하는 등 관련 준비를 차분히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 IPO 성격으로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테이스티나인에 앞서 상장을 추진한 바 있는 마이셰프도 다시 상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목표는 내년 7~8월이다. 마이셰프는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오피스프라이빗에쿼티, 아임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마이셰프는 경기 성남에 짓고 있는 첨단 자동화 공장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집약적 요소를 극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밀키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들이 이처럼 상장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밀키트 시장의 빠른 성장 덕분이다. 한국농촌경제원에 따르면 2017년 1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유로모니터는 오는 2025년 밀키트 시장의 규모가 7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의 내식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밀키트가 이에 가장 적합한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지도를 높이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 경쟁을 위해 더 큰 폭의 투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있는 밀키트 스타트업들로서는 지금이 상장의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지, '침묵'의 의미는

다만 시장 1위인 프레시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는 2023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밑그림은 그려뒀다. 하지만 주관사 선정 등 세부적 절차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상장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지가 현재 밀키트 시장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프레시지가 상장을 미루는 것은 적자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시지의 지난해 매출은 127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마이셰프, 233억원을 기록한 테이스티나인을 압도한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460억원에 달했다. 프레시지는 마이셰프·테이스티나인과 달리 흑자를 낸 적이 아직 없다. 마이셰프는 2019년, 테이스티나인은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다.

프레시지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일각에서는 '계획된 적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프레시지는 투자금을 설비·인력채용 등에 적극 투입해 왔다. 업계 최대 수준인 일일 최대 1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다. 프레시지는 이를 활용해 시장이 성장하면서 증가하는 주문량을 경쟁사에 비해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 안정적 생산이 보장되는 만큼 향후 위탁생산 등 외주 물량을 처리할 때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프레시지는 '밀키트 제조사'를 넘어선 도약을 준비 중이다. 최근 호주 최대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v2푸드'의 국내 영업권을 따냈다.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공식품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제조 역량을 앞세워 다양한 중소 파트너사의 제품을 기획·생산·유통하는 '푸드 퍼블리셔'로의 진화도 추진하고 있다. 상장에 앞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투자는 계속돼…효율성에 집중

프레시지는 현재 지속적으로 추가 투자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프레시지에 투자 100억원, 대출 400억원을 지원했다. CJ그룹은 산하 창업투자사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프레시지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1600억원이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과 사모펀드의 투자 검토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된다면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농식품 선도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투자 연계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프레시지를 비롯한 피투자 기업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는 '스케일업' 지원 확대 등이 담겼다. 또 우수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가 투자나 융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프레시지 용인 공장 전경. /사진=프레시지

프레시지는 향후 '효율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는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만큼 수요 예측 등을 통해 수익성도 제고할 생각이다. 대체육 신사업은 메뉴 개발 수요가 높은 프랜차이즈 기업과 급식 사업자를 1차 목표로 정했다. 4분기부터는 대체육을 활용한 밀키트 제품도 시장에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생산 규모가 갖춰지면서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해져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효율적 구매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후 상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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